[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 홍권표 논설위원(전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 부회장)]

홍권표 논설위원(전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 부회장)
홍권표 논설위원(전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 부회장)

2020년 초부터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중국 우한발 코로나 팬데믹이 2년여가 지난 인류의 일상은 페스트가 휩쓸던 중세시대와 같이 인간관계를 회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값싼 수입품을 즐기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기초적인 생필품까지도 중국에 의존하여 오던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물품까지도 중국에 의존하게 된 아이러니한 현실을 통감하고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대책으로 글로벌 밸류체인 (GVC)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굳은 살처럼 고착된 국가별 탈 제조 산업구조로 인해 GVC 재편을 용이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론적인 비교 우위 이론에 입각한 무역의 이익 등이 우선시되는 가격경쟁의 힘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한편 기축통화 국가들의 코로나발 과도한 양적완화로 인한 하이퍼 인플레이션 대응 및 양적 축소 문제는 GVC재편 시도를 곤란하게 할 가능성도 크지만 서방 중심의 GVC 재편 시도는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게는 딜레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속에서도 기업가들이 각고의 인내 속에 제조업 기반을 유지해온 노력에 힘입어 마스크 등 방역물품 생산의 국내 수요 충족은 물론 수출까지 함으로써 K방역의 성과로 글로벌 국격을 높일 수 있었고, 서방 중심국가들의 GVC 재편에 린치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글로벌 국격 향상에는 코로나발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도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산업을 비롯한 ICT, 자동차 및 조선업종 등의 기여가 컸다고 할 것이다.

11월 1일 우리나라의 10월까지 수출실적이 발표되었다.

10월 수출이 555억5천만불, 누계는 5,232억불이고, 연간기준으로는 6,300억불을 상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64년 11월 30일 수출 1억불을 달성했는데 당시 수출 10대 품목은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철광석, 중석, 생사, 무연탄, 오징어, 활어, 흑연, 합판, 쌀, 돼지털이었고 무역수지는 2억8500만불 적자였다.

하지만 올해 10월 까지의 월 평균 수출액은 523억불, 월평균 무역수지는 25억불의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이러한 압축성장의 성과를 거둔 것은 자유 진영인 미국과 유럽의 개방된 시장을 당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노동집약적 경공업인 섬유, 신발 등의 선진국 쿼타제도를 잘 활용하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확보된 외환을 통해 경공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확대해 나가는 정부의 정책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대일 적자를 개선해 나가고 제조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전환점에는 1980~90년대에 산업부(구 상공부)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에 대해 수입선 다변화 등의 무역정책을 적절하게 추진해 핵심부품과 품목들을 국내 생산으로 유도하였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산업기반이 취약해 일본에서 공작기계 등을 비롯한 완제품 수입 수요가 많은데도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 정책 등을 추진한 결과 비례적으로 기업들이 불편을 많이 겪었지만 그로 인해 국내 기계 산업 등의 기반이 구축되고 일본 의존도를 크게 개선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일본의 WTO 협정에 반하는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통치 철학을 바탕으로 산업부가 소재•부품•장비분야에 대한 발빠른 대책을 추진한 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들을 상당 부분 자체 생산하는 쾌거를 달성한 것도 과거 수입선 다변화 정책과도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코로나 19 팬데믹보다 기후변화가 더 큰 어려움 될 수 있어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이 현재의 추세대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탄소국경세 부과와 친환경 제품만이 거래되는 탈석탄 시대에 원전의 장점을 고려하면서 에너지정책과 무역정책이 융합해야 한다는 시대적 상황인식을 통한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현재 EU권에서 시행 예고되고 있는 탄소국경세 부과와 친환경에너지로 생산된 수출물품만을 거래하겠다는 바이어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안이 있어야 지속적인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아 해외에서 생산된 친환경에너지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CO₂ 요건을 충족할 수 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생산요소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되어 글로벌 경쟁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 스스로 해외 구매 등을 통해 대응할 수 밖에 없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정부에서 재생에너지의 국내 비중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향후 시행될 탄소국경세 부과 기준에 원전의 CO₂ free 가치도 포함되도록 글로벌 표준제시를 통해 수출업계의 어려움이 해소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2021년 G20 로마 정상회의에서는 2016년 G20항저우 정상회의에서 2025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에 대해 재확인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을 좌초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는 탈 석탄 시대적 패러다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지속가능한 무역을 위해서는 에너지정책과 무역정책을 융복합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시대적 상황인식과 함께 원전의 CO₂ free 장점을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 홍권표 논설위원은…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감사담당관

2012년 5월 ~2015년 9월 한국지역난방기술 대표

2015년 12~ 2019년 11월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