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기기협회가 또다시 파행으로 치닫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회장과 상근 부회장이 한꺼번에 사임해 파행을 겪은 바 있는 협회는 어렵게 선임한 회장을 또 다시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경동나비엔의 손연호 회장이 협회의 회장직에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보일러의 고효율 인증 기준이 강화되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효율 인증기준 강화가 보일러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내년 7월 이후부터는 일반보일러의 경우 2%, 콘덴싱보일러는 5%의 효율을 상향시켜야 고효율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제품의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효율을 높이자면 보일러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부담스럽다.

효율 상향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데 현재와 같은 출혈 가격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그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 책임이 회장직을 수행한지 수개월째에 불과하고 더구나 비상근인 손연호 회장이 져야 할 이유가 없다.

고효율 인증 기준 상향조정은 이미 지난해에 예고됐기 때문이다.

사실 기기협회는 회원사들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협회를 바라 보는 정부의 시각에서도 읽을 수 있다.

보일러의 효율과 관련해 건의할 내용이 있다면 전 보일러 제조사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 정부측의 입장이다.

지금도 콘덴싱보일러와 일반보일러의 효율등급 일원화를 두고 귀뚜라미보일러와 나머지 생산사들간의 생각차이가 뚜렷하다.

고효율 인증에 대한 대정부 건의에도 귀뚜라미보일러는 빠지고 있다.

‘반쪽짜리 협회’는 산술적으로는 반쪽의 기능이라도 수행해야 하는데 기기협회는 가장 중요한 기능중 하나인 대정부 정책 제안의 대표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협회의 대표성이 상실되면 위상에 상처를 입게 되고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모든 회원사들이 진정으로 협회에 기대고 의지해야 할 때가 올 때는 때가 늦을 수 있다.

협회를 개별 회사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피커쯤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