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 없는 선택'

▲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2008~2012년 국내에 부족한 LNG물량을 단독으로 도입한다. 사진은 인천 LNG 생산기지 전경.
- 국제시장 상황 물량확보 어려움 반영 -
- 자유화와 규제간 완벽한 해답없어 -
- 유리한 협상 위해 빠른 정책결정 필요 -

자유화냐 규제냐?

천연가스산업 분야에서도 10년여 간 이어져온 화두이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해답은 없는 것 같다.

정부는 최근 2008~2012년까지 5년간 단기 LNG 부족물량을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단독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폭증하는 발전용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량이지만 국제시장 여건을 감안해 LNG 직도입사업자들을 놔두고 도입창구를 가스공사로 일원화 한 것이다.

단지 도입기간을 5년이라는 시간으로 한정해 도입시장의 자유경쟁을 전제로 한 직도입정책의 추진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대신 약간의 변경이 이뤄진 것 뿐이다.

◆공급자 시장 주도

최근 LNG 도입업무를 맡고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는 국제시장에 스팟물량이 뜨면 10분 안에 사라진다는 말이 돈다.

그 만큼 물량확보가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5년이란 시기를 한정해 가스공사로 하여금 LNG 도입창구를 단일화 한 것은 대체적으로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간 직도입사업자 입장에서도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나설 이유가 없었다는 시각이다.

더구나 국제 LNG시장이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도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가스공사의 추가물량 확보는 기존 중기계약의 도입연장과 함께 추가 200만톤 도입 등 총 450만톤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다.

계약기간이 연장 가능한 프로젝트로는 말레이시아의 MLNG III계약에서 200만톤, 호주 NWS에서 50만톤 등이 있다.

공급자들과의 협상시도 및 접촉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연장계약이나 추가물량 확보를 위한 도입계약이 체결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오히려 공급자들로부터 단기나 중기계약 부분을 장기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요청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장기계약 요구 등을 포함해 이런저런 협상안이 오가지만 정부정책과 맞물려 같은 내용만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 LNG시장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2008년부터 필요한 추가물량을 불과 1년 반 사이에 해결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국내 시장

현재 국내 천연가스 도입부문에는 가스공사 외에 포스코, GS, 한전 5개 발전사 등 개별 직도입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경쟁도입제가 실시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별 사업자들의 도입경쟁으로 인해 심각한 구매력 분산문제가 야기됐다는게 가스공사측의 분석이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 국내 사업자간 공급선 중복접촉 등 과당경쟁으로 인해 가격상승이 촉발됐다.

또 일본^중국 등과의 천연가스 자원확보 경쟁에서 전략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발전사의 직도입 확대에 따라 전체적인 천연가스 수급안정 저해 및 도시가스용 요금인상 우려 등 경쟁도입이 서민생활 안정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면 포스코의 직도입 사례에서처럼 도입가격 인하요인으로 작용하거나 필요시 가스공사와의 물량교류 등을 통해 경쟁도입체제가 나름대로 천연가스의 수급안정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국제 시장

2003년 이후 북미^유럽의 LNG 수요급증, 일본의 LNG 자원확보 가속화와 중국^인도가 LNG 수입국으로 등장하면서 세계 LNG시장 여건이 급속도로 공급자 중심시장으로 변해왔다.

최근에는 고유가 현상이 가스가격을 동반 상승시키고 추가상승에 대비하는 수입국들의 물량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유럽 등 PNG 사용 국가들이 도입선 다변화 측면에서 LNG 도입비율을 증가시키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향후 LNG 가격은 석유보다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발전연료 부문에서도 현재로선 천연가스 대비 중유가격이 비싸지만 향후 가격이 역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문제점

천연가스 물량확보에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가스산업 구조개편 등 경쟁도입에 대한 논란으로 도입주체 및 물량규모를 시의적절하게 정하지 못한 와중에 국제 에너지시장 여건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로썬 2010~2011년 물량도 일본, 미국, 중국 등에 의해 공급 가능물량 중 상당부분이 선점을 당한 상태여서 가스공사가 도입창구를 단일화 했지만 유리한 조건으로 물량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저장설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수급안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저장비율의 20% 내외 수준인 70~90일분의 저장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약 9%, 33일분으로 저장설비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동절기 위주의 물량도입이나 스팟구매, 계절간 물량 스왑, 발전용 수급조절기능 등에 의존하면서 저장설비의 증설요인을 흡수해 왔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결방안

국내외 천연가스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아직까지 수급 불안정적인 요소가 많다.

따라서 도입판매부분에 대한 경쟁도입은 물론 자가소비용 직도입조차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진입규제 완화와 경쟁환경 조성을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소비자의 후생증진에 역점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은 국제 LNG시장 상황, 국내 수급여건, 신규수요 발생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무엇보다 현실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정책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천연가스시장의 경쟁도입은 각계의 찬반 논란 속에 장기간 표류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만 증대시키고, 세계 천연가스 자원확보 경쟁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중단기 물량확보에 대한 정책결정 역시 좀더 빠른 시일 내에 이뤄졌으면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얻어내는데 보탬이 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도입을 준비할 때에는 필요시기보다 4~5년은 앞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2012년까지의 필요물량 도입을 결정한 정부의 현재 입장은 “2012년 이후 필요물량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보자”는 의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2012년 이후 물량이라면 바로 지금 도입방식 및 물량이 결정돼 협상이 시작돼야 좀더 유리한 입장에서 느긋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준비하는 경우는 반드시 조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결과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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