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센터 낙후된 유통구조 개선 위해 가야할 길

- 다단계 유통으로는 경쟁력 회복 난망 -

프로판 유통체계 개편의 시험무대인 배송센터 시범 사업이 당초 9월말에서 12월말로 시행 기간이 연장될 예정이다.

지난 7월 있었던 배송센터 시범사업 중간점검 결과, 용기배송 사업에서 성과가 미흡하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프로판 시장은 알려진대로 타 에너지원과의 시장 경쟁, 동종 업계간 경쟁 심화, 다단계 유통구조 등 산적한 문제로 인해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프로판은 LNG에 비해 물류효율성이 떨어질뿐만 아니라 세금, 수입가격이 LNG에 비해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프로판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스공사는 배관이 공급되지 않은 지역도 탱크로리를 이용해 영역확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가운데 도시가스사에서는 경제성이 없는 곳에도 가스사용시설까지 교체해주고 영업권을 확보하겠다며 프로판 시장 침투에 적극적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프로판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업자들은 누구나 프로판 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낙후된 기존 시스템을 고수한다면 프로판 시장은 사양의 길로 급속히 몰락할 수 밖에 없다며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배송센터는 지난 2004년 딜로이트의 연구용역을 걸쳐 도출된 프로판 용기 시장의 개선 방안이다.

프로판 배송센터란 특정지역의 프로판 용기 배달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체로 배송물량을 집중해서 다루기 때문에 판매업체가 개별적으로 배달하는 것에 비해 업무 효율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충전소에서 충전과 배달을 동시에 하는 것을 지칭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배송센터를 도입하면 20%이상의 물류비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판매사업자는 자가배송이 유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배송센터에 배송을 위탁하고 대신 판매사업자는 영업활동과 사용시설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것이 추세다.

최근에는 경영합리화를 위한 충전소 통폐합과 배송센터 공동화 현상에 따라 다수의 도매사업자가 자신이 보유한 충전소를 통폐합하고 충전소 한곳을 전략적으로 배송거점으로 재편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충전업무는 통합충전소에 이전하고 배송업무만수행하는 배송센터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부 지역에서만 충전사업자를 중심으로 판매사업자가 공동배송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을 뿐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인건비 상승과 고유가로 인한 물류비 증가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미룬 채 영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낙후된 프로판 용기 배달 시스템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물류집중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배송센터가 국내에 도입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 판매업계에서는 그들이 확보하고 있는 수익성과 영업권이 배송센터 운영 주체로 유력한 충전업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배송센터 시범사업을 착수한 서해LPG충전소(충남 당진), 영진에너지(전남 영광), 영동가스충전소(강원 속초)의 중간 점검결과, 돈이 되는 소형저장탱크에만 매진할 뿐 용기 공동배송면에서는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시범사업의 공동배송 성적표는 엉망이다.

이들 시범사업자들은 판매사업자들의 협조가 부족해 배송센터 시범사업이 쉽지가 않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시범사업자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볼멘소리만 하고 있다.

늦게 나마 시범사업자들은 배송센터 시범사업을 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속초의 영동가스는 9월부터 인근 판매업소와 협력해 체적거래 시설에 대해서 직접 가스를 공급하는 한편 판매업소에서는 가스사용량 검침,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서해LPG는 교차배송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용기공동배송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진에너지는 판매사업자의 참여가 미흡해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지만 배송센터를 운영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시범지역 3곳 모두 판매와 충전업계의 대화가 부족하고 배송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고민이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들 사업자들은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했으며 경쟁을 뚫고 시범사업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용기 배송센터 사업에 대해서는 너무나 소극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배송센터가 수입^정유사, 충전업계, 판매업계로 이어지는 3단계 유통구조를 다른 연료와 같이 2단계로 축소한다는 데 근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내용임은 분명하다.

또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인위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거부감도 있을 수 있다.

업계 스스로 유통단계의 통폐합이 이뤄지고 물류합리화 방안이 추진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프로판 시장의 앞날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기라며 경고하고 있다.

인위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프로판 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만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엄중하게 지적하고 있다.

LPG업계간의 대화와 배려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프로판 시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기득권 포기하고 희생한다는 전향적인 자세만이 프로판 시장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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