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지난 10월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의결·확정되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는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감축량을 제외한 순배출량을 0에 도달하는 계획으로서, 특히 수송부문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를 수소·전기차로 대체하는 수송에너지 전환이 수반된다.

그리고 이 같은 수송에너지 전환은 국내 석유제품 내수시장에서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연료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국내 정유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수소사업은 위기의 정유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특히 수소 활용부문의 성장에 따라 수소 수요 규모가 확대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은 기존 수소생산·공급역량을 활용할 수 있으며, 수소 유통에 필요한 인프라를 이미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소 공급·판매 비즈니스에 뛰어들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특히 액상유기수소운반체(이하 LOHC)를 활용한 수소유통사업 진출도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만 하다.

'LOHC'는 유기화합물을 기반으로 화학적 반응을 통해 가역적으로 수소를 저장하고 추출할 수 있는 화학수소화물로서, 부피나 무게 대비 수소저장용량이 높고 무엇보다 기존 석유류 저장·운송 인프라를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은 이미 LOHC를 활용해 해외 청정수소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 NEDO는 민관합작으로 브루나이로부터 수소를 LOHC로 이송, 일본 가와사키市 가스터빈 혼소발전에 투입하는 실증을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정부 지원으로 201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신규 LOHC인 바이페닐 및 디페닐메탄 기반 공융 혼합물 개발 등을 포함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OHC를 활용한 수소유통사업은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 큰 이점들이 있다.

우선 LOHC는 물리적 특성이 휘발유, 경유 등과 매우 유사해 정유사가 보유하고 있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이송용 탱크로리, 선박, 철도 등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LOHC의 원료가 되는 수소와 함께 유기화합물, 특히 톨루엔 등은 원유 정제공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로서 역시 국내 정유공장 내에서 대량 생산, 유통되고 있다.

정유사는 현재 정유공장 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수소와 톨루엔 등 유기화합물을 결합해 LOHC를 생산하고, 이를 상온·상압에서 기존 석유류 이송용 인프라를 활용하게 되면 도심 수소충전소까지 이송할 수 있다.

그리고 이송된 LOHC는 수소충전소 등의 저장탱크에 보관 후, 필요시 수소 추출기를 통해 수소를 분리, 공급할 수 있다.

대신 수소와 분리된 톨루엔 등 유기화합물은 다른 석유제품 특히 휘발유와 혼합해 판매할 수 있는데, 이처럼 톨루엔 혼합으로 인한 휘발유 증분 판매로 추가적인 부가 수익도 창출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휘발유 증분은 현행 석유사업법 등에 따른 가짜석유제품으로 분류돼 제조 자체가 불법행위로 간주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행히 석유산업법은 LOHC 기반 수소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톨루엔 혼합 휘발유 증분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석유제품을 대체 사용할 수 있는 연료로서 그 이용·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해 기획재정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이용·보급의 방법, 대상 및 절차 등을 포함해 고시함으로써 간단히 해결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큰 장점이 있는 LOHC 기반 수소유통사업에 정유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위축될 정유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국내 수소경제 진흥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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