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가격 오르는데 전기료는 그대로… ‘유명무실 연료비연동제’
연료가격 오르는데 전기료는 그대로… ‘유명무실 연료비연동제’
  • 정상필 기자
  • 승인 2021.09.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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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연동제 도입 첫해 2분기 이어 3분기에도 인상요인 미반영
정부 정책적 결정 따라 한전 상반기 1932억원 적자 기록
대체 가능한 산업체 부담 손실을 소규모 전기소비자가 부담
판매사업자 재무 안정성 저하 따른 적극적 투자 제약 우려
국제유가와 한전 영업이익 추이.
*자료 : 석유공사 두바이유 가격, 한전 보도자료

[지앤이타임즈] 올해 상반기 한전은 19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제조업 평균가동률 증가 등으로 전력판매량이 3.8%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kW당 3원이 인하되면서 전기판매수익이 1.0%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의 연료비 반영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17일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원가변동 요인과 전기요금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동안 전기요금 체계는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며 지난 2013년 이후 조정 없이 운영돼 왔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 가격신호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요금조정의 예측가능성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매 분기 관세청이 고시하는 LNG, 석탄, 유류의 무역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요금의 급격한 인상·인하 또는 빈번한 조정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혼란 방지를 위해 3중의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기준연료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조정요금은 최대 ±5원/kWh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대비 3원까지만 변동이 가능하도록 조정범위를 제한한 것.

또 빈번한 요금조정을 방지하기 위해 분기별 1원 이내 변동 시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도 단기간 내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 발생 시 정부가 요금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 발전원료 인상 요인에도 미반영…책임은 한전과 발전사 몫

이 기준을 토대로 한전은 2020년 하반기 유가 하락 추세를 반영해 2021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당 3원 인하했다.

그러나 2분기 연료비 산정 기준이 되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의 유연탄, 천연가스, B-C유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4월에서 6월까지 연료비 조정단가는 0.2원으로 산정됐다.

당초 2분기에도 인하 유지가 전망됐지만 국제유가 등이 오르면서 1분기보다 2.8원이 올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정부 요청에 따라 지난 겨울 이상한파로 인한 LNG 가격의 일시적인 급등 영향은 즉시 반영하는 것을 유보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분기 조정단가 결정시 발생한 미조정액을 활용해 2분기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하게 -3원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 요청을 받아들여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

그 결과 한전의 상반기 전기판매 수익은 제조업 평균가동률 증가 등으로 전력판매량이 3.8%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에 그쳤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시작부터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대체 가능 산업체 값싼 전기이용 따른 손실 소비자가 부담

소비자에게 전기요금의 가격신호를 전달한다는 취지가 시작부터 흔들리고 이로 인해 에너지전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역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을 질타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발표된 2021년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국제 연료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요인이 발생했다.

1분기 조정단가 산정 기준인 2020년 9월부터 11월 평균, 3분기 산정 기준인 2021년 3월부터 5월 평균가격과 비교하면 발전용 유연탕 가격은 kg당 108.65원에서 133.65원으로 23% 상승했다.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 역시 kg당 350.24원에서 490.85원으로 40.1% 상승했으며 BC유도 kg당 373.33원에서 521.37원으로 39.7% 올랐다.

이 같은 상승요인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0’원이다.

1분기 kW당 –3원을 책정한 후 2분기 인상요인에도 –3원을 유지했으니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0’을 반영하면 전기요금이 3원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한 국민 생활안정을 이유로 인상요인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전력업계에서는 유명무실해진 연료비 연동제가 4분기에도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월 발표 예정인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은 6월부터 8월 연료비를 토대로 산정한다.

6월에서 8월 발전용 연료비는 이미 유연탄 가격이 올초 대비 두배 가량 높아졌고 천연가스와 B-C유 역시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불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역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추석물가 등 국민생활 안정 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정권 초기부터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강조해온 정부가 정권 말기 가장 중요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결국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체계 도입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이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면서 한전과 발전 자회사 등은 2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수익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RPS 의무 이행비율을 7%에서 9%로 상향하면서 발전사들의 전력구입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기업계는 에너지원간 대체능력 보유에 따른 소비자간 부담의 역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대체능력을 보유한 산업체의 경우 상대가격에 따라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지만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기를 선택하면서 산업체가 부담해야할 손실을 에너지원을 대체하지 못하는 소규모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발전 원료인 연료가격의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국가경제적 손실과 소비자간 부담변화의 부작용이 확대될 수 있으며 한전의 재무 안정성 저하에 따른 적극적 투자가 제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