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에너지기본계획은 국가 에너지 관련 로드맵의 최상단에 위치한 설계이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에너지기본법,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의무와 관련한 법적 근거는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지만 에너지기본계획이 대한민국 개별 에너지원 이용 계획의 출발점이고 근거가 되는 것은 틀림없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최상위 계획이자 대원칙을 담은 에너지기본계획에 근거해 각 에너지원별 하부 계획이 수립, 시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너지기본계획을 근거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비롯해 에너지이용합리화나 에너기기술개발계획, 해외자원개발계획 등 다양한 부문별 계획이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마다 정부가 강조하는 원칙이 ‘정합성(整合性)’이다.

‘이론적인 내부 모순이 없음’을 뜻하는 정합성은 에너지기본계획에 수반되어 짜여 지는 하부 계획들과의 상충이나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정부 원칙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한 언론이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간의 충돌 문제를 보도한 것에 대한 정부 해명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진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 원전 비율 목표치를 29%로 내세웠는데 현 정부 들어 수립된 8차 전력계획에서는 원전 비중이 큰 폭으로 줄게 수정됐고 이들 계획의 수립 절차가 적정했는지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다는 보도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공식 해명 자료를 통해 ‘비구속적 행정계획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수정 없이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함’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의 대명제가 되는 에너지기본계획은 무슨 쓸모가 있으며 계획을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확정하는 과정에서 늘상 강조했던 정합성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없다.

특히 법에 근거해 수립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두고 '비구속적 행정계획'이라고 표현한 것은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야 할 다양한 에너지 행정과 사업들의 명분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당초 정부는 10년 단위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해왔지만 계획 기간이 비교적 단기인데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에너지원별 다양한 계획들과의 연계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에너지기본법이나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면서까지 에너지기본계획기간을 늘렸고 최상위 계획의 대표성을 부여했다.

그런데 막상 최상위 계획과 하위 에너지원 계획간의 정합성에 충돌이 발생하고 연계성이 부정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둘러싼 여야간 정쟁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다.

유한한 정권은 국민의 선택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행정부는 항상 한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부처에서 스스로 만든 최상위 계획과 하부 계획간 정합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해명하는 모습에서는 ‘절대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반면 정작 중요한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배경 그리고 에너지원별 계획과의 연계성이 필요한 이유는 잊고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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