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생애주기 감안시 전기·수소차 배기가스 무배출 평가 공정하지 못해[이슈 인터뷰 : 배충식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②]
전 생애주기 감안시 전기·수소차 배기가스 무배출 평가 공정하지 못해[이슈 인터뷰 : 배충식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②]
  • 김신 기자
  • 승인 2021.01.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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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 배충식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②]
완성차 침묵할 뿐, 내부는 수익 구조 위협 논의 중·부품업계 타격은 심각
자동차 강국 유지하려면 내연기관 발전시키면서 그린카 신기술 병행해야
친환경 전기·수소 생산 제한적·비효율, 내연기관 뛰어넘는 온실가스 배출
학계·산업계 기술개발 투자 단절 유발하는 퇴출 선언 현명하지 못해
부정적 대결 구도 보다 내연기관 친환경 기술 성장 가능성 열어 놓아야

[지앤이타임즈] 

배충식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오는 2035년 즈음 내연기관차 퇴출을 제안했다.


‘2030년 탄소제로섬(Carbon Free Island)계획’을 발표한 제주도는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중단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를 중심으로 전기·수소차 같은 그린 모빌리티로의 전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 자동차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한국자동차공학회 대외협력 부회장을 맡고 있는 카이스트(KAIST) 배충식 기계공학과 교수로 ‘친환경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자동차 산업의 구조 개편 과정은 균형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의 퇴출’이라는 선언은 ‘과격하다’고 진단하고 ‘너무 성급하게 불확실한 미래를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주도중인 중국이나 북유럽 등 몇몇 국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선택 영향이 크고 자동차 산업 강국인 일본과 독일, 미국은 내연기관의 청정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익 구조의 위협을 우려하고 있고 특히 자동차 협력 산업의 심각한 타격을 우려했다.

정부의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은 관련 학문 연구자들의 이탈과 기술개발 투자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코로나 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서면으로 이뤄진 배충식 교수와의 일문 일답을 2회에 걸쳐 연재, 소개한다.

▲ 전기차나 수소차가 그린모빌리티로 평가받는 배경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전기차나 수소차 배기구에서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량단위에서 유해배기물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친환경차라고 단정할 수 없다.

연료나 전기의 생산부터 보급, 차량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을 종합 평가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발전을 배제하려는 상황에서 전기차나 수소차가 배기가스 무배출로 평가받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보다 합리적인 친환경성 평가 방법으로 연료 생산, 공급과 더불어 자동차 생산, 공급, 주행·폐기, 재활용까지를 모두 고려한 것이 전 생애주기(LCA, Life Cycle Assessment) 평가를 도입하는 추세이다. 

전생애주기 평가에는 국가별 전기 발전 믹스도 포함돼야 한다.

대부분의 전생애주기 평가 결과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소차의 경우 수소 생산 방법에 따라 달라지지만 현재 기술로는 수소 생산 기술이 온실가스 저감에 큰 이점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무공해차량 정의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했듯 내연기관 기술의 혁신, 전동화 기술과 접합한 친환경 신기술로의 발전, 청정 연료를 활용한 탄소저감형·탈탄소 내연기관, 이산화탄소-탄화수소 연료의 재활용 사이클 생태계 구축 등을 통해 내연기관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전기차, 수소차와 함께 혁신적인 형태의 내연기관도 미래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선언 등과 관련해 국가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내 완성차와 협력 산업의 피해를 우려하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완성차 업체 등은 이와 관련한 특별한 언급이나 대응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보시는지.

- 완성차 업체 내부에서는 기업 수익 구조가 위협받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주창하는 ‘녹색’, ‘친환경’이미지를 버리는 듯한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이면 기업이 받게 되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 뿐이다.

특히 협력업체의 경우는 이미 큰 위협을 받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와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개발, 시판 중인 수소차는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아직 수소차를 판매하면서 기업에 수익을 남기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수소차 기술 개발과 판매를 유지하는 것은 경쟁 업체 보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이런 전략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현재의 자동차 시장은 매우 유동적이고 혼란스러우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녹색과 친환경 이미지만 요구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완성차 업체들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 우리나라는 세계 자동차 5대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향후에도 자동차 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제언이 있다면 무엇일지.

- 우리나라가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동차 제작사들이 기술개발 노력을 가속하는 가운데 2000년대 초 이후 꾸준한 정부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세계 자동차 강국들 역시 모두 내연기관차 기술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점유하며 막대한 수입을 창출했고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지를 확보했다.

앞으로도 세계 자동차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기술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신기술 개발에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훌륭한 카드를 버리는 행위는 안 된다.

내연기관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전기차가 친환경적이고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모델이 되도록 연구 개발을 병행하고 장기적인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 IEA 등의 분석에 따르면 2040년에도 내연기관차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중국, 인도,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어떻게 판단하는지.

- 미래에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에는 내연기관의 발전 가능성과 경제성의 장점은 여전한데다 일부 차종에 대해 내연기관을 대체할 방법이 묘연하기도 하고 개발도상국 중심의 수요가 뒷받침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기술과 대체연료 엔진처럼 환경적 요구와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내연기관 신기술이 진화되는 것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 자동차 시장은 기술이 융합된 시장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고 전기동력차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이득과 환경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것이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량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적인 내연기관차와 전동화 혹은 하이브리드화된 친환경 내연기관차 시장이 상당 기간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내연기관자동차 판매 중단이 예고된 시점에 전기차와 수소차 등 이른 바 그린모빌리티들이 시장을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겠는지. 수송 분야 전력과 수소 등이 연료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 배터리 기술과 수소 연료전지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경제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전기와 수소생산 과정의 탄소저감이 이뤄진다면 그린모빌리티 시장은 밝은 전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되는 전력량은 5%에 불과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대량 생산을 위한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효과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발전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역시  전력을 이용하는 전기 분해 방식은 효율이 낮고 비용도 매우 높다.

현 시점에서 가장 비용이 낮은 수소 생산은 메탄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이다.

석탄 화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다시 메탄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수송부문에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이며 내연기관을 뛰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과잉 공급될 때나 잉여 에너지 저장을 목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먼 미래에도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탄소중립적인 원자력발전까지 배척하면 선택지는 줄어들게 된다.

▲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과 관련해 내연기관 학문의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 내연기관 학문은 아직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문이다.

학문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대세론을 따라 이 분야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기술 개발 투자가 단절돼 향후 학계와 산업계에서 해당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감소하는 것도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인위적인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은 현명하지 못하다. 

▲ 내연기관차 퇴출 그리고 그린모빌리티로의 전환과 관련해 정부나 국회 등에 제안하실 메시지가 있다면.

-  ‘내연기관의 퇴출’은 엄밀한 의미에서 ‘그린 모빌리티의 전환’과 상충되는 표현이다. 굳이 내연기관의 퇴출을 언급하며 부정적인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보다는 제한 없는 그린모빌리티의 전환이라는 목표 설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진정한 그린모빌리티는 정확한 환경성을 토대로 구성돼야 하고 전환은 시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아직 온전히 평가되지 않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섣불리 포기하는 것은 자동차 생산 강국인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이 아니다.

모빌리티 기술의 원활한 전환을 위해서는 자동차 소비자, 자동차 생산 업종 종사자의 입장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또한 환경성과 경제성, 용도의 적합성과 기술 성숙도를 기준으로 적절한 조합을 찾아가야 한다.

자해에 가깝고 성급한 ‘퇴출’선언은 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를 저해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만을 남기게 된다.

강화된 배기 규제 적용을 받는 최신의 내연 기관 차량과 과거 생산된 노후 내연기관 차량의 차이를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

기술 발전은 예상을 초월하는 혁명적 기술 혁신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내연기관의 친환경 기술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의 여지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특정 분야만 맹신해 그와 상충되는 분야를 부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에 말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