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임용훈] 

▲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임용훈

정부가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까지 31.3조원 수준의 투자와 5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며 2025년까지 총 76조원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한국형 뉴딜’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기후변화 대응과 동시에 고용과 투자 확대를 목표로 하는 그린 뉴딜에는 2022년까지 약 13조원을 투입,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급격히 위축될 것이 확실시 되는 고용시장에서 신규 일자리 13만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린 뉴딜의 세부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공공시설의 제로에너지화 전환, 스마트 그린도시 선도 프로젝트를 통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그린뉴딜 선도 100대 유망기업, 녹색산단 조성을 통한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그리고 지능형 스마트 그리드, 3대 신재생에너지 확산 기반 구축 기반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기존에 추진해 오던 사업들 중심으로 재구성한 '그린 없는 뉴딜', '회색 뉴딜'이라며 주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형 그린 뉴딜은 사실 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기반의 에너지전환 정책, 재생에너지 3020 정책, 그리고 최근 수립된 분산전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기반의 제9차 전력수급 계획과 그 기조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크게 새롭거나 혁신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기 보다는 세부 실행계획을 좀 더 구체화한 것에 더 가깝다고 보여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주요한 극복 의제로 4차산업혁명 기반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지속가능한 환경∙에너지 분야를 낙점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전통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 중심의 제조업 분야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새로운 국가적 성장 동력의 창출이 시급한 지금,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번 한국형 그린 뉴딜 정책에서 표방하는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과 고용 창출이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유사한 정책 시행에서 다소 간과되었던 측면에 대한 보다 세심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그린 뉴딜이라는 다소 거창한 표어와 이에 상응하는 파급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전략에서 탈피하여 시장에서의 수요를 감안한 균형 있는 사업 환경 조성의 추진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린 뉴딜과 연관한 여러 분야별, 나열식의 사업 추진만으로는 과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스마트 시티,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공장 등 유사 사업의 포장만 바꾼, 화려한 말잔치 이상의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제로에너지화 전환'의 경우 몇 개 공공시설에 대한 보여주기 식 실증 사업화 추진보다는 자발적인 민간 투자가 유도될 수 있는 건전한 투자 생태계 구축에 좀 더 집중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 및 공정한 전환 지원'의 경우도,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규제의 경우에서와 같이 사업자(수요자) 관점에서 지나치게 급격한 전환 유도가 수십년가 이어온 사업의 근간을 흔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시스템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지원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칫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이에 따른 고용 창출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되는 그린 뉴딜 사업이 '녹색이냐? 아니냐?'라는 흑백논리에 매몰되어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결과적으로 오히려 고용을 악화시키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든 분야를 통 털어, 역사적으로 볼 때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간 균형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지속가능한 시장 구조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번에 제안된 그린 뉴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이전의 정책들, 즉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스마트 시티,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 스마트 공장(FEMS) 등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사업들이 여전히 시장에서 자생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은 시장의 수용성이 고려되지 않은 공급자 관점에서의 일방적인 기술 및 사업보급 전략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 이번에 제안된 그린 뉴딜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고용창출이 단순한 내수 시장에서의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적 대외 산업 경쟁력 확보를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장 선점과 독점 체제 구축을 통한 내수형 유망기업 육성이 아닌 기술적 혁신에 기반한 대내·외적인 기술적 경쟁력을 갖춘 진정한 유망기업의 육성이 가능하도록 효율적인 지원 자금의 흐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례로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분야인 태양광 시장의 경우 국내 1위·세계 2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사뿐 아니라, H사의 경우도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을 만큼 중국산 폴리실리콘의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야심찬 정책에 오히려 그 수혜는 해외 태양광 업체가 누리고 있는 양상이다.

금번 그린 뉴딜의 핵심 재생에너지 분야 중 하나인 풍력 산업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한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하겠다.

모든 사회적 이슈를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코로나 19라는 블랙홀로 인해 기후변화 및 이에 따른 온난화로 인한 초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수급 안정화 등 그린 뉴딜과 연관된 주요 이슈들이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으나 그 사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19라는 미증유의 팬데믹(Pandemic)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역습으로 이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 발표된 한국형 그린 뉴딜은 성큼 다가 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뉴딜 정책과 더불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우리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성을 가진 것은 자명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침체된 경기회복과 신 국가 성장 동력 창출을 목표로 추진되는 한국형 그린 뉴딜 사업이 한동안 금기 시 되었던 이전 정부의 녹색성장을 단순히 영어로 전환한 부실한 정책으로 판명나지 않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성공적인, 진정한 뉴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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