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 한국전지산업협회 정순남 상근 부회장]

2023년 KWh 당 100불대, 내연기관차와 경쟁력 동등해질 것

분산전원 핵심 ESS 성장성·드론,전동공구 등 확장성 무궁무진

분리막 등 소재·부품 수입 의존도 높아 독자적 기술 자립 중요

산업부·중기벤처부 등에 배터리 전담 부서 신설, 정책적 지원 필요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오는 2023년이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내연기관차와 거의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국전지산업협회 정순남 상근 부회장은 전망했다.

전기차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주행거리, 충전 속도도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극복중이라고 말했다.

정순남 부회장은 분산전원 시대의 도래에 맞춰 ESS 보급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이외에도 전동공구나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터리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 결과 오는 2026년 경이면 우리나라 제 1 수출 상품인 반도체의 자리를 배터리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문제는 배터리와 연계된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인데 정순남 부회장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들 ‘소부장’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 부처내에 배터리와 그 소재 부품 등을 전담하는 부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 정순남 부회장을 만나 전지산업 현황과 미래, 우리 정부의 역할 등을 들어 봤다.

정순남 부회장은 산업부 시장관리과장, 무역정책팀장,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경제국장, 전남도 경제부시자 등을 역임했다.

한국전지산업협회 정순남 상근 부회장

▲ 미래 그린카로 전기차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인데 해당 산업 전망 그리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전기차의 반쪽은 배터리이다.

나머지는 다양한 전자장치(이하 전장)로 채워진다.

그런데 핵심인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며 손을 잡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국내 전기차 수요 확대에 적극적이고 관련 산업을 육성중인데 배터리 제조 회사만 200곳에 달할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는 삼성, LG, SK 3사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점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전기차 보급 주요 국가에 생산 거점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인 현대차와도 손을 잡고 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삼성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 오너들과 잇따라 회동하는 모습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테슬라를 뛰어 넘어 세계 전기차 1위를 목표로 내걸고 있고 오는 2025년까지 100만대 생산 계획도 밝히고 있다.

현재는 내연기관자동차 생산 플랫폼에서 전기차를 생산중인데 내년에는 울산에 첫 번째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이고 전기차 세계 1위를 선언한 현대차 등 다양한 국내외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배터리는 비단 전기차 말고도 ESS 등 다양한 용도가 있는데 시장 확장성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핵심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태양이나 바람 같은 자연에너지는 플럭췌이션(fluctation, 유동성)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력 소비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분산 전원 확대도 요구된다.

이 때문에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고 전송하고 안정적인 주파수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에너지 저장장치인 ESS(Energy Storage System)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분산전원과 ESS가 연계되면 SMP와 연동해 급전 지시와 수요 관리를 할 수 있다.

전력 수급 현황에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 가동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 세금을 낭비하며 발전소를 짓고 과도하게 예비전력을 갖출 이유도 없다.

지금까지는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에 집중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ESS 분야에 더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동공구나 드론,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터리 수요가 생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런데 정부 보조금 없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구조는 여전히 전기차 비전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원인이 되고 있는데 극복 가능한지.

- 현재 배터리 1KWh 당 가격이 150불대를 형성하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은 배터리 가격이 100불 정도 될 때로 평가되는데 업계에서는 오는 2023년 정도면 이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가 되면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거의 동등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 ESS 화재나 폭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정부가 조사단까지 꾸려 검증에 나설 정도인데 어떤 의견이신지,

- 우리나라에서 한 해 내연기관차 화재가 약 5천 여건 발생한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10건 내외에 불과하다.

전기차 보급 댓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 안전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문제는 ESS인데 우리 협회에서 인증받은 제품은 현재까지 화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한국전지산업협회는 산하에 리튬이차전지시험평가인증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협회에서 인증받기 이전의 제품들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이들 제품 역시 완충하지 않고 충전율을 조절하면 충분히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옥내 ESS는 80%, 옥외는 90%로 충전율을 유지하도록 지침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된 측면도 ESS 안전 사고 원인으로 해석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ESS 보급이 급속히 늘어났는데 영세 업체들이 시공하는 과정에서 파워 컨트롤시스템 등에서 결함이 발생하면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현재는 배터리 업체들이 SI(시스템 통합), 설계, 시공 분야 등과 긴밀한 협조 시스템을 구축중으로 역시 충분한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해외에 수출된 한국산 배터리 사고가 거의 없다는 점 역시 충전율이나 시공 등의 과정에서 충분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 전기차의 치명적 한계 중 하나가 주행거리 문제이다. 보급 확대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인데 향후 전망은 어떤지.

-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400km 정도는 기본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속도로 빨라지는 추세로 10분 정도의 급속 충전이면 80%의 충전율에 도달되고 300km 정도를 운행할 수 있을 정도이다.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배터리 용량은 커져 주행거리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데 국내 업체 중심으로 1회충전에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스왑형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 전기차 배터리 공유 스테이션을 만들어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교체하거나 렌탈하는 방식인데 배터리 용량과 충전 방식이 진화되는 것과 더불어 주행거리 한계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기차의 단점 보다 환경 개선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부각되기를 기대한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엔진이 필요없다.

비배기 미세먼지 유발 인자인 브레이크 패드도 사라지는 추세이다.

자동차로 인한 도심 소음 공해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주행 중 소음 발생이 되지 않아 공해 감소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향후 국내 배터리 산업 전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 배터리는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수출 산업 모형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 1위 상품은 반도체인데 약 2026년 정도면 배터리 산업이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지산업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정순남 상근 부회장은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머지 않아 반도체 수출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주도 한국 경제에서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향후 전기차 배터리는 발전소 역할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사업이 한전을 중심으로 시범 진행중인데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전기차가 곧 발전소 역할을 하게 된다.

심야 시간 처럼 전력요금이 낮거나 수요가 덜할 때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하고 소비가 몰리고 전력 가격이 비싸질 때 한전에 판매하는 시범 사업이 진행중인데 향후 약 10만대의 전기차가 V2G에 참여하면 화력발전소 2기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수급 여력이 생기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배터리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텐데 정부의 관심은 전기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미래차에 집중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미래차 전담 부서가 만들어져 보급 확대와 기술개발, 산업 육성 같은 정책 개발과 집행을 주도할 동력이 생겼다.

반면 전기차 핵심 산업인 배터리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부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배터리 분야의 국책 연구·개발을 담당할 전담 PD를 지정하기는 했지만 배터리 산업은 물론이고 관련 소재나 부품, 장비 같은 이른 바 소부장 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나 관심을 여전히 낮다고 판단된다.

▲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중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핵심이고 나머지는 다양한 전장으로 채워진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인 셈인데 정작 우리나라는 배터리 분리막, 음극재, 양극재, 전해액 같은 소재 부품 산업 경쟁력이 취약하다.

배터리는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생산하지만 그 안에 투입되는 분리막, 전해액첨가제, 양극바인더, 알루미늄파우치 등은 일본에서 상당부분 들여오고 나머지 장비도 수입 의존도가 높다.

당장은 수입하는 것이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겠지만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정부 선언에 비춰 보면 궁극적으로 소재 부품 산업 육성에 정부 정책과 지원이 집중될 필요는 차고 넘친다.

지난 해 일본과의 무역 분쟁 결과로 반도체 소재 부품 수입이 제한되며 위기에 처했던 경험이 향후 배터리 산업에서 다시 연출될 수 있다.

내연기관차 협력 업체들이 전기차 산업 부품 소재 산업으로 원활하게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에 투입되는 부품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 내연기관차와 관련된 하부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수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고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적지 않은 내연기관차 협력업체들이 우리 협회에 전기차 산업으로의 업종 전환 가능성을 문의하고 있는데 우수한 기술력과 자본, 인력을 보유한 업체들이 전기차와 관련한 소재, 부품, 장비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기초 소재 산업 경쟁력이 확보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산업부 내 배터리 전담 부서를 신설해 기술개발을 장려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다양한 정책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있다.

만약 산업부 안에 배터리 전담 기구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중소기업이 주로 담당하는 소재 부품 산업 육성에 충분한 명분을 갖추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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