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의 ‘힘’ 나눠 가지려면 ‘힘의 무게’도 떠안아야
가스공사의 ‘힘’ 나눠 가지려면 ‘힘의 무게’도 떠안아야
  • 김신 발행인
  • 승인 2020.06.19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앤이타임즈]발전 공기업이나 민간 에너지 기업 중심으로 천연가스 직도입이 늘고 있는 가운데 가스공사가 천연가스 대량 소비처를 대상으로 개별요금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은 가스공사가 천연가스의 독점적인 도입, 도매 권한을 행사했고 모든 거래처에 평균 요금제를 적용해 왔다.

그런데 일부 발전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이 LNG 저장기지를 건설하고 세계 LNG 시장에서 직구매를 늘리면서 가스공사의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산업에서 공기업 가스공사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독점적인 도입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바람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천연가스 시장이 ‘구매자 중심 시장(buyer’s market)’으로 변해가고 있고 특히 스팟 시장 구매가 더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공급자 중심 시장(seller’s market)’의 불합리한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에 힘입어 수출 외연을 넓히고 있는 미국은 판매하는 LNG가 어디로 가든 또한 구매자가 다시 다른 국가나 기업에 재판매하는지 여부 등과 상관없는 계약을 맺고 있다.

중동을 비롯한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들이 판매자 중심 시장의 지위를 악용해 자신들이 판매한 천연가스의 도착지를 제한하거나 재판매를 금지하는 독소 계약을 강요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LNG 허브를 꿈꾸는 우리나라나 관련 기업들 입장에서는 유리한 환경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스공사에서 구매하는 가격 보다 직도입 조건이 더 유리하고 천연가스 중개무역산업을 확장해 우리나라가 역내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가스공사에 집중되어 있는 도입 독점 권한을 푸는 것이 국가나 산업 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대량 소비처를 대상으로 개별요금제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모든 거래처에 평균 요금제를 적용하던 것을 이제는 천연가스를 직도입해서 사용하거나 가스공사와 개별 계약을 맺고 공급받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주문이고 오는 2022년부터 적용된다.

경쟁을 제한하는 독점은 어느 시장에서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개별요금제 카드를 들고 나온 가스공사의 조치는 도입 권한을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가스공사의 ‘몽니’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에너지 수급 안보’ 그리고 ‘가스공사의 존재 이유’를 감안하면 그렇게만 매도할 일도 아니다.

정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공기업 가스공사를 통해 독점적인 도입, 도매 권한을 부여하는 가장 큰 배경은 ‘수급 안보’를 담보받기 위해서다.

‘가스공사법’ 1조에 규정된 존재의 목적에서도 ‘가스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국민생활 편익 증진과 공공복리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고 명시되어 있다.

세계 천연가스 시장 환경이 구매자 중심으로 이동중이고 개별 기업들의 협상력에 따라 가스공사의 가장 큰 무기인 규모의 경제를 뛰어 넘는 유리한 거래와 계약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개별 기업들은 가스공사가 독점했던 국가 천연가스 수급 안보에 대한 책임도 나눠가져야 한다.

가스공사가 개별요금제를 도입해 개별 기업에게 선택을 주문하는 배경중 하나는 수요 예측을 통한 수급 플랜을 세우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유사나 석유수출입업체들은 연간 석유 판매량의 최대 40일분에 해당되는 저장시설을 갖추고 연간 하루 평균 내수 판매량의 최소 40일분을 비축해야 하는 의무를 법에서 부여받고 있다.

석유공사라는 공적 비축을 수행하는 공기업이 존재하지만 석유 사업을 영위하는 민간에도 수급 안보의 책임을 동시에 지우고 있다.

가스공사가 지니고 있는 독점적 도입 권한이 ‘힘’이고 개별 기업들이 그 ‘힘’을 나눠가지려면 국가 천연가스 수급을 책임져야 했던 ‘힘의 무게’도 같이 떠안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