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유화 진입에 중소 생산사 움찔

SK케미칼·애경유화 진입에 중소 생산사 움찔
정유사 약정물량 기득권 보장해야- 중소생산사
보급정책결정에 일조, 참입제한 왠말-SK케미칼

정유사들이 오는 7월 이후 바이오디젤을 자발적으로 구매해 경유에 혼합,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중인 가운데 공급업체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디젤 공급사업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시장을 선점했던 중소 생산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

정유업계는 지난 3월 산업자원부와 자발적협약을 맺고 올해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연간 9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을 구매해 경유에 혼합,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즉 정부정책에 부응해 정유사들이 자발적 구매 형식으로 BD5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협약의 핵심이다.

문제는 정유사들이 자발적협약을 통해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바이오디젤을 누가 공급하느냐다.

SK케미칼과 애경유화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디젤 생산사업에 뛰어 들면서 가야에너지를 필두로 현재 산업자원부에 생산업체로 등록된 8개 중소 바이오디젤 업체들과의 시장확보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 대기업들 시장 진입 잇따라 -

SK케미칼의 경우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등록의 전제조건인 생산제품 품질성능을 합격한 상태이고 애경유화는 성능평가과정을 밟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바이오디젤연구협의회(회장 이영재)는 9일 긴급 모임을 갖고 SK케미칼 등 대기업의 바이오디젤사업 진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공식 채택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정유사가 올해 하반기부터 자발적으로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연간 9만톤의 바이오디젤은 가야에너지 등 중소 선발업체들의 지난해 생산용량과 실적 등을 감안해 책정된 것으로 사실상 이들 업체들의 생산물량 구매를 정유사에서 보장해주겠다는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정유사들이 바이오디젤을 자발적으로 구매하겠다고 산자부와 협약을 맺은 지난 3월 2일 당시의 행사에 가야에너지 등 8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가 참여한 만큼 일종의 기득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도 깔려 있다.

결국 일부 대기업들이 뒤늦게 생산사업에 뛰어 들면서 사실상 확정된 시장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이 협의회측의 주장이다.

오는 7월 BD5의 보급에 앞서 바이오디젤 공급사 선정작업을 진행중인 정유사들의 입찰과정도 문제 삼고 있다.

정유사들의 구매절차 설명회에서 법적으로 인가된 생산설비가 없는 회사 즉 산자부의 등록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회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자발적 협약의 취지를 무시한 비정상적인 구매절차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SK케미칼과 애경유화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등록 작업을 진행중으로 아직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협의회는 일부 대기업의 바이오디젤 사업 진출의 문제점을 지목한 건의문을 공식 채택해 산자부와 환경부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 협의회, 건의문 채택하고 대정부 압박 -

하지만 에너지의 수급안보와 자유로운 시장참입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산업자원부 신재생에너지과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바이오디젤시장은 교통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단기적인 시장창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 감면 혜택 없이도 석유 대비 경제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나 원료작물의 확보, 대량 구매 등 다양한 부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획정짓고 보호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경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아르헨티나가 바이오디젤 보급을 의무화하겠다고 선언하는 등의 여파로 최근 몇 주 사이에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대두유 가격이 톤당 500불에서 550불로 오를 정도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석유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이 안정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원료의 다변화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훼손될 수 있는데 대한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SK케미칼이나 애경유화 등 대기업군 바이오디젤 생산사들은 이미 바이오디젤 생산설비 등을 갖추고 제품에 대한 성능평가 등을 마친 상태지만 정유사들의 구매계약에서 기존 8개 중소업체에 기득권이 주어질 경우 BD5 시범보급기간인 향후 2년간은 사실상 공급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희박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애경유화측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바이오디젤사업은 기존 생산업체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진입예상업체를 감안한다면 사업진입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정유사의 입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갈 예정’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은 바 있다.

애경유화 대전연구소 관계자 역시 “(회사의 바이오디젤 시장 참여가) 불법적이지 않다면 참여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 측은 특히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로 등록되는 시점만을 기준으로 기득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범보급사업 당시부터 정부측에 다양한 선진 사례 정보 등을 제공하고 바이오디젤의 품질기준설정이나 확대보급 등과 관련한 워킹그룹의 멤버로도 참여하는 등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해온 만큼 등록절차를 밟는 시점만으로 선·후발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생산업체로 등록된 8개 업체중에서 지난 3월 정유사의 자발적협약 당시 실제 등록절차를 완료한 회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어 SK케미칼이 아직 생산업체 등록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격의 부당성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따라 SK케미칼은 이번 주중으로 산업자원부에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등록을 공식 신청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이 생산업체 등록을 공식 신청하게 되면 법적으로 2주 이내에 행정처리가 완료돼야 하는 만큼 이달 말로 예정된 정유업계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결국 정유사의 바이오디젤 입찰을 둘러싼 공급사들간의 경쟁과 마찰은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유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디젤의 품질과 공급의 안정성이 업체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데 그것과 무관하게 공급권과 관련한 영역다툼이 이슈화되고 있어 공급사 선정에 무척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바이오디젤을 경유에 혼합해 공급하겠다는 것도 일종의 소비자들과의 약속인데 공급받은 바이오디젤의 품질에 문제가 있거나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비난은 모두 정유사가 질 수 밖에 없다”며 업체 선정의 애로가 적지 않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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