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량 비상식적 증설로 자가소비처 지위 노려

- 발전용량 비상식적 증설로 자가소비처 지위 노려-
- 가스공 직거래시 관내 도시가스요금 상승 불가피-

주택을 건설하고 공급,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투자기관인 주택공사가 무리하게 에너지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불리려고 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편법적인 수단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04년 대전 서남부 지역의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자로 선정된 주택공사가 인근 학하지구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서남부지역은 주택공사가 택지를 개발하면서 지역내 부대사업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집단에너지사업권까지 확보한 바 있다.

총 2만1000세대 규모인 서남부지역에 주택공사는 47.4MW 규모의 발전설비용량을 허가받아 열 공급사업자로 선정된 것.

당시 주택공사는 집단에너지 공급사업 진출로 서남부지역 이외의 대전시 도시가스 사용자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 연료로 사용되는 도시가스 전량을 관내 도시가스사로부터 공급받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근 학하지구의 집단에너지 사업자로 진출하겠다며 발전설비용량 증설 허가를 산업자원부에 신청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학하지구를 겨냥한 발전설비 증설 시도는 해당 구역내 소요 예상 발전용량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로 주택공사가 편법적으로 집단에너지연료 자가소비처 위치를 확보하려 한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집단에너지 공급지역 이외 거주자들의 도시가스 요금 부담이 커지게 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 대형 자가 소비처 지위 노려 -

주택공사가 정부투자기관으로써 설립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집단에너지사업을 대전 서남부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택지개발지역의 부대사업을 수행한다는 명목에서다.

또한 취사용 연료를 도시가스사와 분쟁없이 원활히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2004년 당시 집단에너지 사업자 평가위원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관을 통해 사용량이 많은 난방용을 제외한 채 취사용으로만 도시가스가 공급될 경우 기존 소비자들의 요금인상이 뻔한 상황이지만 다행히 이에 대한 조정작업이 선행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공사는 당시 택지개발사업을 추진중인 대전 서남부지역의 부대사업을 수행한다는 목적으로 집단에너지 공급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당시 주택공사가 공동주택 2만1000세대의 에너지공급을 위해 허가받은 설비용량은 47.4MW 규모다.

문제는 에너지사업에 대한 주택공사의 의욕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공사는 최근 집단에너지 고시지역인 학하지구 4000세대의 열공급사업을 위해 최초 허가받은 서남부지구 전력공급시설용량을 100MW 이상으로 증설하는 변경 허가신청을 산업자원부에 제출했다.

서남부 지역 2만1000세대의 에너지 공급을 위해 47.4MW의 시설을 허가받고도 4000세대에 불과한 학하지구의 추가 집단에너지 공급을 위해 당초 계획의 두 배가 넘는 100MW 이상의 시설증설을 요청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지만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는 주택공사의 집단에너지 발전설비용량이 100MW 이상이 될 경우 대용량 가스소비처로 분류돼 발전연료를 가스공사에서 직접 도매요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연료 공급가격의 경제성은 높아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당장 사업자 선정작업에 돌입한 학하지구는 물론 인근에 위치한 관저지구, 덕명지구, 노은3지구 등 주변 택지개발지역에 대한 에너지사업권을 차례대로 획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대전지역 약 20여만세대의 열원 공급권은 주택공사로 넘어가게 된다.

- 주변 택지개발 열공급 사업권도 노려 -

열과 전력을 같이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은 정부차원에서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도 민간차원의 전력 유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적극 장려하는 사업이다.

주택공사가 집단에너지 사업 구역을 넓히는 것은 언뜻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주택공사의 에너지사업 확장이 해당 지역 거주자들의 편의는 크게 향상시킬 수는 있지만 관로 인프라 사업자인 도시가스회사의 연료공급비용이 크게 높아지고 그 부담은 결국 인근 지역 연료사용자들이 떠 안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도시가스요금은 총괄원가주의에 입각해 도시가스의 원료비 즉 가스공사의 도매가격에 지역 도시가스회사의 공급비용을 산정해 관할 지자체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관로 인프라 산업인 도시가스의 경우 판매량이 줄어 들면 단위당 공급비용이 증가해 결국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주택공사의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이 대전 서남부지역에서 학하지구까지 확대돼 관내 도시가스사의 열원용 연료 판매량이 줄어 들게 되면 도시가스회사는 취사용 연료만 공급할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공급비용이 증가하며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도시가스회사는 난방용에 비해 소비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취사용만을 대상으로 관로 인프라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인데 결국 그 부담은 집단에너지 공급 이외 지역 거주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런 부작용을 충분히 의식한 주택공사는 2004년 자신들이 직접 택지개발한 서남부지역에서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자로 선정되는 전제 조건으로 열원을 발생시키는 연료를 관내 도시가스회사로부터 공급받기로 약속한 바 있다.

주택공사가 지역난방사업자로 나서 열원을 공급하는 대신 사용 연료를 관내 도시가스회사에서 공급받아 결과적으로는 난방용 연료를 도시가스회사에서 직접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와 지역내 도시가스요금 상승을 막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당시 주택공사가 서남부지역 집단에너지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 역시 도시가스 사업자와의 분쟁소지를 없애고 가스 요금 인상을 차단하겠다는 사업계획이 평가위원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택공사는 학하지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며 지난달 산업자원부에 집단에너지사업 허가를 공식 신청하면서 최초 사업 진출 약속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하지구 열원 공급을 이유로 주택공사가 발전용량을 무리하게 100MW 이상으로 증설할 경우 도시가스를 가스공사로부터 직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때 관내 도시가스회사는 주택공사에 대한 난방용 LNG 공급물량이 줄어 들게 돼 기타 지역 거주자들의 가스요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우려는 요금 승인권자인 대전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대전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어떤 사업자든 원활한 에너지공급만 이뤄진다면 문제될게 없다”면서도 “주택공사가 학하지구의 에너지 공급사업자로 선정돼 민간 도시가스회사의 취사용 도시가스 공급거부 문제가 불거진다면 집단민원 야기와 전반적인 에너지비용 상승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택공사의 열원시설 증설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수행중인 택지개발사업에 여건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남부지구의 열공급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전기 직판사업을 전제로 한 열원시설 증설은 문제가 있다”고 밝히며, “연초 이에 대한 입장을 주택공사측에 전한바 있다”고 덧붙였다.

학하지구는 주택공사가 직접 택지개발한 대전 서남부지역과는 달리 대전시가 택지개발중인 지역으로 주택공사가 집단에너지사업자로 나설 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집단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전문 공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택공사가 구역형 집단에너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공기업들간의 사업영역 충돌로 과도한 경쟁이 유발될 수도 있다.

실제로 대전 서남부지역의 경우 집단에너지사업자 선정과정에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참여했는데 주택공사가 택지개발사업자라는 점과 사용 연료를 관내 도시가스회사에서 공급받겠다고 약속한 점 등이 감안돼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이에 대해 지역난방공사측은 공기업이 설립목적에서 벗어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태용 사업개발팀장은 “집단에너지시장이 민간에게 개방되어 있어 주택공사가 참여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정부가 공기업을 설립한 고유의 사업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무리한 사업확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산업자원부측도 주택공사의 학하지구 집단에너지 사업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 에너지관리과 관계자는 “주택공사가 택지를 개발하지 않는 학하지구에 집단에너지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집단에너지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반경 5KM 이내에 다른 열원시설이 있으면 그 시설을 우선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대전의 학하지구와 서남부지역이 그렇다“며 포괄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주택공사 대전에너지사업팀 관계자는 “주택공사의 정관에는 아파트 등 건설사업을 수행할 때 부대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집단에너지사업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발전용량 증설이 과도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발전설비의 조합에 따라 사업성의 증대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단순히 산술적인 비교만으로 용량 증설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무리이며 대전 서남부지역와 학하지구의 발전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려면 가장 효율적인 설비구성이 100MW 이상이 되어야 하고 이외 대전 노은지구에 대한 사업진출도 검토중”이라며 집단에너지사업 확대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여 이를 둘러싼 마찰이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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