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화 의원,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 토론회 개최
에너지전환 이행할 전력 운영시스템 변화 움직임 없어
기존 요금‧제도 그대로 둔 채 전력믹스만 바꿔선 부작용
시장원리 아닌 정부 과도한 규제, 도매시장 법분쟁 우려

▲ 서울시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에서 운영 중인 목동열병합발전소 전경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정부가 20년 전의 법령이나 시장, 요금, 구조 등 낡은 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채 에너지전환 정책부터 밀어붙여 전력산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국회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실 주최로 열린 에너지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말로는 에너지전환을 하겠다고 하지만 전력산업 운영시스템과 시장구조, 가격 등은 과거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김삼화 의원은 인사말에서 “산업과 시장은 과거 그대로인데 정부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대통령 공약 달성만을 위해 무리하게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기존 요금과 제도는 그대로 둔 채 전력믹스만 바꾸는 에너지전환은 부작용만 가져올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홍일표 위원장과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종배 의원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 28일 김삼화 의원실 주최로 열린 에너지정책 토론회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선교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 소비자 직접 전력산업 참여토록 시장 개방해야

발제를 맡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선교 박사는 10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기존 위계에 갇힌 전력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지난 100년 간 큰 변화가 없던 전력산업이 탈탄소화(온실가스 배출 억제), 분산화(소비자가 직접 전기 생산), 디지털화(IT기술과 융합)를 통해 이제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려면 중앙집권적 공기업 체계에서 소비자가 직접 전력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이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시장원리가 아닌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전력시장을 문제 삼았다. 

박 변호사는 “현행 전력시장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전력시장운영규칙을 통해 규제하고 한전이 판매를 독점하는 비정상적인 형태”라며 “특히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사업자 진출입을 규제하고 있고,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 변동비 산정 및 용량요금 등 정부의 전력시장 규제가 과도해 도매시장 전반의 법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전기요금, 더 이상 정치논리에 밀려서는 안돼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도 현 전력산업 구조와 시장, 요금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한 전력계통 운영시스템과 시장구조의 전면적인 개혁을 강조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2001년 4월 발전경쟁이 도입된 후 배전분할 및 판매경쟁 도입이 중단되고 과도기적 형태로 18년간 동일한 형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송배전 및 판매시장은 그대로 두고, 도매시장의 정산 또는 수익배분 방식을 수차례 변경하는 등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본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거의 없다.

또한 여전히 수직통합적 독점체제에 적용되던 전통적인 규체체계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 비해 설비기술 및 ICT의 획기적 발전과 시장참여자의 다양화 등 훨씬 더 복잡하고 새로운 사업이 발전할 기회가 있음에도 전력산업의 운영체계 및 시장구조는 변화된 것이 없다.

이 본부장은 “정부는 발전믹스의 변화라는 에너지전환정책만 얘기할 뿐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전력산업의 운영시스템 변화에 대해서는 별 움직임이 없다”며 “여전히 과거를 고집하고 있다 보니 에너지신산업을 비롯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 본부장은 또 현행 전력시장 및 전기요금 정책과 관련해서 “장단기 계약시장을 활성화해 가격과 물량공급의 위험성을 막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해 당일시장, 실시간 시장 개설과 보조서비스 시장을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며 “전력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성화하려면 요금체계도 보다 유연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현국 삼정KPMG 상무도 “전력산업의 새로운 과제인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석탄을 줄이고 LNG발전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처럼 낮은 전기요금으로 높아진 전력공급원가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보다 깨끗한 연료를 사용하고 보다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비용이 지불돼야 하는 만큼 이제는 전기요금이 정치논리에 밀려서는 안 되고 소비자가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해야할 때”라고 밝혔다.

장 상무는 또 “미세먼지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발전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석탄발전도 감발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원가를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을 경우 법적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전력사업자와 규제자간에 빈번한 소송이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러한 소송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력시장 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의 조강욱 시장계통개발처장은 전력시장의 법적 갈등과 관련해 “민간석탄발전기에 대한 표준투자비와 용량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며 “규제체계와 시장제도의 흠결이 있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그 흠결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한전, 시장개방만이 능사는 아냐

반면 판매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최현근 한전 전력거래실장은 “전력산업 환경이 변한다고 해도 전력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전기소비자에게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어서 시장개방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미국의 경우만 봐도 전력시장의 지속발전을 추구하는 주도 있지만, 시장화를 중단하거나 중앙집중구조를 유지하는 주도 있는 등 전력사업여건에 따라 상이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또 현행 CBP 제도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가 과연 CBP시장제도의 문제인지, 국내 전력산업 환경의 제약인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과거와 현재, 규제와 시장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말 우리나라에 적합한 전력산업 구조와 전력시장제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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