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내 기술로 개발된 LPLi버스가 폐기 위기에 몰렸다.

LPG 고유의 저출력과 동절기 저 시동성의 단점을 보완하고 유해배기가스와 미세먼지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지난해 일본에 수출돼 시범운행되는 성과를 거뒀던 바로 그 버스다.

올해 들어 LPLi버스는 과학기술부가 대형국가연구개발 실용화과제로 선정하는 것을 추진했고 산업자원부 역시 차량보급과 관련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상승기류를 타기도 했지만 모두 유보된 상태다.

90년대부터 CNG버스를 밀고 있는 환경부가 LPLi버스의 상용화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에도 환경부는 CNG버스에 비해 LPG버스가 환경이나 안전, 경제성 등에서 떨어진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심지어는 LPG충전소가 전국적으로 1000여 곳이 넘게 보급됐음에도 충전 인프라를 문제 삼을 정도다.

자동차용 LPG와 달리 버스에 사용되는 LPG는 출력 향상을 목적으로 프로판을 40% 정도 혼합해야 하는데 자동차충전소에서 프로판을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과 대형 LPG버스가 진출입할 수 있는 동선을 문제 삼고 있다.

저공해자동차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환경부의 태도가 이러니 정작 LPG버스를 생산해야 하는 자동차 제작사의 입장도 부정적이다.

완성차업체들은 경제성을 이유로 LPLi버스의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환경부는 CNG버스의 보급 확산을 위해 차량구입시 가격보조는 물론 연료가격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LPG는 배제된 상태다.

LPLi버스의 개발을 지휘했던 한국기계연구원 강건용 단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CNG 버스와 LPG버스는 상대방의 단점을 부각시키고 깎아내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는 발전을 도모하는 선의의 경쟁관계를 통해 기술진보에 자극을 주는 관계가 되길 기대한다”고 주문했지만 현실은 냉담하기만 하다.

LPG업계에서 조차 LPG버스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PG버스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는 LPG수입사는 독일 MAN사로부터 수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KIMM 국산 개발까지 함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LPG충전사업자들은 LPG버스에 대해 LPG수입사와 다른 노선을 보이는 점도 LPG버스의 상용화 추진에 제약이 되고 있다.

LPG충전사업자들은 버스회사에서 차고지내 자가 충전소를 선호하고 있어 기존 충전사업자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하고 LPG버스보다는 LPG중소형 차량에 업계의 힘을 모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에너지세제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배경에 LPG업계가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LPG내부의 엇박자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KIMM LPGi버스는 개발된지 2년이 되가도록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어 기술진보가 진행중인 CNG버스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 선진국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LPLi버스가 정작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서 상용화되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