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위조, 제세부과금 탈루

▲ 이 회사는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인쇄물이나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그럴듯한 사업계획도 홍보했다. 사진은 수입사의 대량구매 효과에 대한 안내물(상)과 실제로는 단 한곳도 없는 직영주유소 홍보물이다.
올해 들어 강남 일대에는 석유수입으로 떼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한 회사가 등장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을 ‘석유유통과 신규 건축, 전문유통기업으로 성장중인 그룹’으로 표현했다.

석유사업부문에서는 단순한 석유수출입을 뛰어 넘어 남미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후 국내에 공급하고 역수출하는 고수익,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이미 착수했다고 소개했다.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으로 올해 7월1일 경유세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내용을 언급하고 그 과정(세금 인상 이전)에서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준비하느냐(석유재고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7월 세금 인상은) 자신들에게 온 첫 번째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사명도 ‘G7코리아정유’로 정해 마치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정유(精油)회사와 동급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시켰다.

월간 9000배럴을 해외에서 구매할 경우 마진율은 2~5%에 불과하지만 9만배럴을 넘을 경우 마진율이 10~15%이상까지 뛰어 오른다며 자신들은 대량 구매를 통해 수익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량구매시 원유나 석유제품 해상수송과정에서 운임료는 없고 수송료는 정부가 지원하고 저유고(저장시설) 역시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내보인 자료나 사업계획서는 대부분 거짓이거나 현실 가능하지 않은 것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이 회사가 회사명에 ‘정유’라는 표현을 쓴 것 부터가 사기성이 농후하다.

정유사는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다양한 정제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SK를 비롯한 국내 5대 정유사 말고는 없다.

원유를 도입해 내수시장에서 정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한 중견 석유수입사는 세계적인 메이저회사에서 원유를 구매해 인천정유에 임가공을 의뢰하는 것을 추진했지만 법률적인 제약이나 경제성 등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정부가 석유수입사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나 석유제품을 대량구매할 경우 유조선 운임료가 없다는 것도 거짓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정부가 민간석유회사에 수송비나 구매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없고 그런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에너지세제개편작업의 일환으로 지나 7월 경유세금이 대폭 인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회사는 세금차액을 노릴만한 자격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경부는 석유사업자들이 석유세금 인상 이전에 과도하게 석유를 반출하거나 수입하고 인상 이후 유통시키며 부당하게 세금차액을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고시를 운영중이다.

해당 고시에 따르면 석유수입사의 경우 매년 5월과 6월의 수입신고물량이 같은 해 3월과 4월 수입신고 물량의 115%를 넘을 경우 매점매석으로 간주돼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G7코리아정유는 올해 상반기 내내 수입한 석유를 모두 합해도 5만9000배럴(4만7000드럼)정도에 불과했다.

한 달에 2000드럼정도를 파는 주유소 약 20여 곳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겨우 수입한 회사가 ‘정유‘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일반 투자자들을 현혹 시켜온 셈이다.

수입석유중 특히 경유는 3만9000배럴에 불과해 이 회사 대표가 밝힌 것처럼 경유 세금 인상시기인 7월이 첫 번째 기회라고 밝힌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것처럼 엄청난 경유를 세금 인상 이전에 확보해 이익을 남긴다고 해도 재경부의 석유 매점매석 고시에 위반돼 벌금과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불법도 합법으로 가장하고 불가능한 내용을 현실로 꾸미는 수법으로 투자자금을 모집해 왔다.

- '정부지원' 거짓말 -

G7코리아정유는 올해 초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다단계형태로 투자금을 모집해왔는데 이는 명백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된다.

유사수신행위란 인가나 허가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장래에 투자금 전액이나 그 이상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행위로 대부분 다단계 피라미드 형태의 불법 투자과정에 이용된다.

이 회사에 자금을 투자한 사람들은 최소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모집금액도 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가 산업자원부 장관의 직인을 위조해 석유수입업허가증을 허위로 작성했고 각종 제세부과금을 연체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6월 본지를 통해 소개되면서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사실여부를 확인해왔다.

경기도 평택의 한 직장인은 전화통화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채권단을 구성중인 상황인데 회사측은 여전히 불법 다단계 자금모집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회사는 단 한차례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 회사는 석유수입업등록증을 위조했는데 이와 관련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수입업은 서류상의 사업계획서만으로도 조건부등록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진입이 쉬운데도 마치 엄청난 초기 투자금과 시설이 필요하고 절차도 까다로운 인허가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산업자원부장관의 직인을 위조해 ‘등록허가증‘이라는 법에도 없는 허위공문서를 제작했다.

이 회사는 수입업 수행과정에서 각종 제세부과금 납부와 비축의무 등을 상습적으로 위반했다.

실제로 울산과 평택에 최소 2억원 이상의 지방주행세를 체납했고 수입부과금도 약 3000만원정도가 밀려 있는 상태지만 사실상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연체된 부과금을 회수하기 위해 회사 통장을 압류조치했지만 잔액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사는 사업초기부터 불법유사수신행위와 관련한 사기를 의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 회사는 ‘G7코리아정유’라는 이름으로는 석유수입업, 또 ‘G7코리아석유’라는 이름으로는 방문판매업을 등록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입금받은 투자금은 수입업과 무관한 ‘G7코리아석유’의 통장을 사용했고 정작 석유수입법인인 ‘G7코리아정유’ 통장에는 빈깡통계좌를 유지하며 제세부과금 체납 등에 따른 압류 등에 대비해온 것.

- 수입업도 취소 -

이 회사는 또 지난 4월 이후 비축의무도 지키지 못하면서 결국 7월 수입업 등록이 취소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입사를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김 모씨는 이전에도 한 석유수입사의 경영진으로 참여하면서 각종 제세부과금 체납과 선입금 사고 등을 일으키며 물의를 빚었던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G7코리아정유의 대표이사는 최 모씨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운영자는 과거 수차례 석유수입사를 운영했거나 관여했던 김 모씨라는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G7코리아의 영문 홈페이지에는 김 모씨가 고문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회사를 잘 아는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김 모씨는 한 중견 석유수입사의 수입석유를 인수해 분할 통관하는 방식으로 G7코리아가 대규모 물량을 내수시장에 유통시킨다며 주유소사업자들에게 선입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G7코리아정유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다단계 형태의 유사수신행위를 하면서 주유소사업자들에게는 선입자금도 끌어오르려고 시도했던 셈이다.

김 모씨는 지난해에도 모 석유수입사의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대규모 선입금사고를 일으킨 전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부실하고 편법적인 수입사가 사람에 의해 유전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도 버젓이 영업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수입업 등록이 취소된지 오래지만 석유수입업을 내세워 불법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석유사업법으로 단속하고 처벌할 수 는 없다는 점을 악용해 모 중견그룹 계열사로 허위 선전하며 여전히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있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선박운수업과 냉동기기 사업을 벌이는 P그룹의 계열사가 G7코리아정유를 인수해 회사의 재무구조가 건실해졌고 석유수입업도 자동 승계돼 문제가 없다”고 말해 여전히 일반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이 회사가 산업자원부 장관 직인을 위조한 혐의로 지난 5월경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로 불법유사 수신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가로 석유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석유를 미끼로 한 사기행각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이래 저래 석유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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