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바이오연료 비율 수정…2030년까지 3.8%까지 축소
프린스턴-아이오와 대학교, ‘오히려 바이오연료가 환경악화’ 증명
국내 바이오연료 업계, ‘국내 사용 원료는 대부분 비식용…EU와 상황 달라'

▲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한 농장의 전경(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내년부터 국내 바이오디젤 의무함량이 3%로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유럽연합(이하 EU)에서는 바이오연료 함유비율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어 국내 관련정책에도 영향을 끼칠수 있을지 주목된다.

EU의 차기 신재생에너지 지침인 RED II(Renewable Energy Directive II)에 따르면 EU는 식량기반 바이오 연료 혼합 상한비율을 오는 2021년에는 7%, 2025년에는 5.8%, 2030년에는 3.8%로 점차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했다. 신규정책인 RED II는 기존정책인 RED I이 만료되는 2021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U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식량기반 바이오연료 사용을 확대할수록 오히려 환경악화를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식량기반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토지를 개간하거나 산림을 파괴해야한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배출량이 바이오연료 혼합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소효과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를 토지용도 변경에 따른 간접적 영향(Indirect Land-Use Change, ILUC)라고 일컫는다.

미국의 경우에는 바이오연료 생산감소를 이유로 바이오연료 혼합비율의 ‘축소’와 ‘유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연계된 업계들의 논쟁이 더해져 혼합비율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EU 내 ‘反바이오연료’ 여론 도화선, 프린스턴-아이오와 공동연구팀 논문

EU가 바이오연료를 확대하겠다는 기조였던 RED I 을 뒤엎고 RED II를 재수립한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프린스턴-아이오와 공동연구팀의 논문이었다.

지난 2008년에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와 아이오와대학교가 공동으로 ‘바이오연료의 환경영향’을 주제로 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프린스턴-아이오와 공동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옥수수를 활용해 바이오에탄올과 셀룰로오스 에탄올을 생산할 경우 일반 휘발유를 사용했을 때보다 각각 93%, 50%의 온실가스가 더 배출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프린스턴대학교-아이오와대학교의 연구논문이 발표되자, 바이오연료를 확대하자는 기조였던  ‘RED I’은 거센 비판여론에 직면했다. 이에 EU 의회가 바이오연료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소시키는 내용으로 수정해 지난 2015년 ‘RED II’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같은 이유로 EU 의회는 오는 2020년까지 팜유를 사용하는 바이오연료를 모두 퇴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EU지역은 팜유의 전체소비량 중 46%를 바이오디젤 생산에 사용하는데,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산림자원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ECOFYS, IIASA, E4tech 공동연구에 따르면 기존 ‘RED I’ 정책을 계속 추진했을 경우 최종달성년도였던 2020년까지 훼손될 산림, 토지자원은 880만 헥타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도네시아 국토의 4%에 해당할 정도로 매우 큰 면적이다.

◆ 식량공급안정도 문제…선진국 환경개선위해 후진국은 굶는다

현재 생산되는 바이오에너지의 대부분은 인간이 취식할 수 있는 곡물을 활용해 얻는다.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기위해 사용되는 주요원료는 유채유, 팜유, 대두유, 해바라기유 등 식물성 유지를 비롯해 옥수수, 호밀, 보리 등 곡물도 사용된다. 이 같은 원료를 주로 사용해 생산하는 바이오연료를 ‘전통바이오연료’라고 한다.

곡물을 사용하지 않는 바이오연료인 ‘차세대 바이오연료’라는 것도 존재한다. 차세대 바이오연료는 생산원료로 가축의 분뇨, 유해 화학물질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일종의 ‘폐기물’ 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식량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차세대 바이오연료 산업은 미래 바이오매스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산업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은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바이오연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저조한 편이다. 현재 차세대 바이오연료의 소비량은 전체 바이오연료 소비량 중 1.2%에 불과하다.

해외 컨설팅사인 Cerulogy는 RED I의 전통바이오연료의 상한비율인 7%를 2030년까지 유지할 경우 전면 퇴출했을 때보다 EU 곡물가격의 3.1%, 식물성유지 가격은 52.8% 더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곡물 0.6%, 식물성유지 8.2%의 인상요인이 작용한다.

심지어 RED II의 계획대로 바이오연료 비중을 3.8%로 축소해도 완전 퇴출시보다 EU 곡물가격의 1.5%, 식물성유지 가격의 26.4% 인상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곡물 0.3%, 식물성유지 4.1%의 인상요인이 작용한다.

즉 선진국들의 바이오연료 생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 태평양, 아시아지역의 빈곤국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바이오연료 생산감소로 가격 폭등우려…혼합비율 ‘감소냐 유지냐’ 기로에선 미국

미국은 농업계의 경제부흥, 국제기후정책 대응, 에너지안보 강화 등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RFS제도’ 도입을 논의했다.

미국의 RFS제도는 바이오연료 사용을 의무화해 점진적으로 사용량을 확대하는 제도다. 논의 끝에 미국은 2005년 에너지관리기구인 EPA(Energy Policy Act)를 설립하고, RFS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RFS제도의 최초 계획은 2006년까지 최소 40억 배럴의 바이오연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2012년까지 연간 75억 갤런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오연료 사용량이 당초 계획보다 저조하자 ‘RFS2’ 개정을 통해 2006년 연간 40억 배럴, 2022년에는 연간 360억갤런을 사용토록 의무사용량을 크게 확대했다. 여기에 의무사용량을 위반할 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미국의 바이오연료 주요 공급처인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의 바이오연료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이에 EPA는 지난 9월 차세대 바이오연료와 바이오 디젤의 혼합비율을 최대 15%까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바이오연료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고, 수입량이 줄어들면 당초 목적이었던 에너지 안보 강화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EPA가 바이오연료 축소방안을 검토하자 관련업계인 신재생연료업계는 ‘반대파’,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찬성파’를 이뤄 서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EPA는 30일 미국 내 바이오연료 혼합비율을 최종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바이오연료업계, ‘EU와 국내실정 달라…비식용원료가 90% 이상’

국내 바이오연료업계는 한국과 EU의 바이오연료 생산환경이 달라 같은 정책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EU는 팜유, 대두유 등 식량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폐식용유, 팜 부산물 등 비식용원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들의 원료별 사용현황을 보면, 국내 수급원료 중 에서는 정제회수유(폐식용유)가 15만1600톤, 동물성유지 2만6000톤, 기타 2600톤이었다.

수입산 원료의 경우에도 대두유, 팜 정제유 등 식용재료보다는 팜 부산물 등 비식용 원료사용이 두드러졌는데, 대두유가 1500톤, 팜 부산물 20만8600톤, 팜 정제유 2만7600톤, 정제회수유 2만3500톤, 기타 3100톤이었다.

▲ 국내·수입 바이오연료 생산원료 소비 현황(자료제공=바이오에너지협회).


통계에서 알 수 있듯 국내 바이오연료 생산원료의 대부분은 사람이 취식할 수 없는 정제회수유와 팜 부산물이다.

하지만 바이오연료에 사용되는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국내산 원료는 총 원료사용량의 40.5%에 그쳤다.

또한 아무리 비식용이라도 주력 생산원료 중 하나인 ‘팜 부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장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ILUC’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연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바이오연료는 95%이상이 비식용인 원료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식용원료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EU와는 실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에 같은 정책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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