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정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가 선정됐다.

고유가 장기화의 배경중 하나로 세계적인 정제시설 부족 현상이 꼽히는 것을 감안하면 인천정유 인수 1순위로 국내 기업이 선정된 것을 천만다행이다.

사실 이번 인수전에는 SK를 비롯한 국내 3개사와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켐에 더해 시티그룹 파이낸셜 프로덕트 컨소시엄과 모건스탠리 이머징 마켓 3개 외국계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면서 다양한 화제를 낳았다.

시노켐이야 에너지블랙홀로 불리우는 중국의 석유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천정유 인수에 적극적인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시티그룹이나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금융 관련 기업들이 전형적인 장치산업인 정유사 인수에 뛰어든 것은 정제시설 자체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충격이었음이 분명하다.

최근의 정제시설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9위의 정제사인 유노칼을 둘러싼 쉐브론과 중국해양석유(CNOOC)간의 각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유노칼은 쉐브론이 165억달러에 매입하는 것이 확실시됐지만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중국해양석유가 인수가격을 현금조건으로 185억달러를 제시하면서 막판 경쟁이 뜨거워진 바 있다.

쉐브론이 178억달러로 인수금액을 상향시키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해양석유 제시가격보다 낮은 상황에서 회사의 주주 77.2%는 쉐브론에 표를 몰아 줬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안보와 직결되는 정제시설을 중국기업에 팔아서는 안된다는 미국 국민들의 정서, 심지어 의회까지 나서 호들갑을 떨었던 것은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관하는 석유전문가회의 참석자의 뼈있는 충고에 새삼 의미가 더해진다.

지난달 열린 석유전문가회의에서 서울대의 한 교수는 중국 해양석유의 유노칼 인수경쟁, 소버린사태 등을 예로 들며 ‘중국을 비롯한 해외 메이저기업들이 언제든지 한국 정유사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자원경제학회 참석자들의 주요 화제’라고 소개했다.

또 ‘좁은 내수시장 가격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해외 상하류 진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휘발유 재고 현황에 국제유가가 들먹이는 현실에서 국내기업의 인천정유 인수는 에너지안보의 일부분을 지켜낸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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