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천연가스 수출 주도권 두고 미국-러시아 대립
미국과 정치적 관계 및 경제성 따져가며 사업 추진해야

 ▲ 지난 2008년 정부가 수립한 러시아 PNG 도입 노선도.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며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중단됐던 ‘북한을 경유하는 PNG(Pipeline Natural Gas) 사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러시아 PNG의 한국 공급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사업 등 남·북·러 3각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을 재개해야 한다는 데 양측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위기 상황 해소를 위해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등의 중재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직접 밝히면서 향후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러시아 가스관 사업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 어느때보다 사업 실현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전문가들은 북한이라는 정치적 이슈 외에 ‘천연가스’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에너지 권력 구도’를 들여다보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러시아와 미국이 다시 한번 천연가스 패권을 두고 대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이 향후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정치적․경제적 실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김연규 교수(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는 러시아 PNG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쟁점은 ‘미국산 LNG’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최근 한국은 ▲환경문제(미세먼지)로 인한 가스수요 확대 ▲북한과의 정치적 현안 해결 ▲미국산 LNG 보다 우위에 있는 경제성 등의 이유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필요성이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자국 LNG 수출확대를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연규 교수는 “향후 동아시아 천연가스 수출 주도권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이 경쟁하는 구도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면서 러시아 PNG 사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LNG 수출을 위해 오래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왔다”며 “특히 셰일가스 생산이 증대되며 현재 LNG 물량이 차고 넘치는 상황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일본, 한국에 스팟으로 수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최근 미국과 LNG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체결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 설명이다.

더군다나 올해초 일본과 러시아는 사할린에서 도쿄로 연결되는 PNG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구체적 사업계획까지 마련했으나 영토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중국 역시 러시아와 계약만 체결해놓고 경제성을 이유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처럼 동아시아 천연가스 수출 상황이 자국에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북한 경유 PNG 사업’을 추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산 LNG와 비교한 경제적 이득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지금 처럼 저유가 상황에서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경제성이 우위에 있지만 유가가 70~80달러 수준에 이르게 될 경우 미국산 LNG 경제성이 높아질 것으로 김 교수는 내다봤다.

김연규 교수는 “오는 2018년이면 미국산 LNG의 국내 도입, 수출 계약 검토 등이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 PNG 사업을 추진 것은 정책 엇박자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산 LNG를 예상보다 더욱 저렴히 들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NG 수입사 관계자는 “미국과 FTA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수입부과금이나 관세가 낮아지는 등 양자간 합의에 의해 충분히 값싸게 LNG를 들여올 가능성도 큰 만큼 러시아산 가스 도입은 더욱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PNG는 LNG와 달리 액화나 운송비용이 저렴히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스관 건설이라는 에너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를 북한과 함께 풀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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