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감축 없는 민영화, 종합물류기업 변신에 '올인'

▲ 민영화 이후 재무성과
대한송유관공사(사장 조헌제)는 석유제품 관로수송 전문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중이다.
송유관공사는 도산 일보 직전의 대표적인 부실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해 수익의 30%를 순익으로 거두는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송유관공사는 한 회사내 두개 노조가 활동하며 경영층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문제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조가 민주노총에서 탈퇴하고 임금협상 등을 회사측에 일임하는 등 경영층과 근로자 서로가 파트너가 되는 생산적인 관계로 발전했다.

모두 민영화 이후 송유관공사에 생긴 일들이다.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이 우량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경기침체와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에너지업계 사업자들에게 성공사례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약 12회에 걸쳐 송유관공사의 민영화 성공스토리를 기획 연재한다.

프롤로그 1

"길을 따라 큰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가야할 길이 끝이 없습니다.…

이름 없는 나무였습니다.

십 오년 뒤 이 나무의 가치는 무한대가 되었습니다”

석유제품 관로 수송에서 출발해 물류사업과 식품사업, 자동차 토탈 유료회원제 사업, 인력개발원 사업, 기술사업, B2E사업 등 월드베스트 종합 물류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는 최근 발간된 대한송유관공사 15년사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집약돼 표현되고 있다.

공기업 시절 11년간의 참담한 경영성적을 기록했던 송유관공사는 스스로의 독백처럼 이제 무한대의 성장을 꿈꾸는 위치에 서 있다.

프롤로그 2

지난해 유난히 상복이 많았던 송유관공사지만 올해 초 이 회사의 조헌제사장은 또 하나의 의미있는 상을 받았다.

올해로 20회째를 이어 오고 있는 ‘신산업경영대상’이 ‘21세기대상’으로
확대 개편된 이후 첫 수상자로 송유관공사의 조헌제사장이 선정된 것이다.

21세기대상시상위원회(위원장 이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과 제프리존스 전 암참회장, 윤윤수 휠라 코리아 사장 등
화려한 이력과 지명도, 업적을 공인받은 인사들을 21세기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선정했다.

그 자리에는 연 매출 1000억원이 조금 넘는 한 석유물류 전문 기업의 전문경영인인 조헌제 사장도 포함됐다.

주최측은 “조헌제사장이 만성 적자 기업인 송유관공사를 우량 기업으로 전환시켰고 석유제품 관로 수송에 한정됐던 사업 범위를 확장해 2010년까지 종합 물류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경영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 기나긴 노사갈등을 털고 지난 2002년 8월 조헌제 사장(중앙)과 김태현 노조위원장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어떤 기업이든 잘한 일이 있으면 상을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한송유관공사의 성공스토리는 수많은 우수 기업들을 평가해왔던 심사위원들의 시각에서도 단연 눈길을 끌었다.

송유관공사는 지난해에도 각종 경영성과와 안전관리 노력 등을 인정받아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기업혁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또 지식경영대상에서 기업가치혁신모델상부문 대상, 노동부 주관 안전경영대상 서비스업 부문 대상 등을 휩쓸었다.

그렇다고 송유관공사가 항상 잘해왔던 것은 아니다.

송유관공사가 공기업딱지를 달고 있던 11년간의 경영성적표는 참담했다.

11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송유관공사는 민영화 직전인 2000년 총 2250억원의 자본금중 70%인 1580억원이 잠식되며 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빈사(瀕死)상태에 처해 있었다.

당시 송유관공사는 빚을 내어 빚을 갚아야 했고 차환(借換)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스스로의 자립 가능성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실제로 민영화 직전인 2000년 송유관공사는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순금융비용은 419억원을 기록하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서는 금융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부도직전의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1년 1월 민영화가 이뤄진 이후 대한송유관공사의 현재 모습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무한대의 가치를 지닌’ 초우량기업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 중에 있다.

민영화 이후 3년 연속 흑자달성을 기록한 송유관공사는 지난해에는 1094억원의 매출에 407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흑자를 일궈 냈다.

허약했던 체질은 해를 거듭할 수록 몰라보게 개선돼 단단한 근육이 붙고 있고 그간 알지 못했던 재능을 하나 둘씩 발견해가며 단순한 기름 수송에서 다양한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 중에 있다.

경영층과 종업원들간의 위기 극복 스토리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의 결정적인 원인제공지였던 금융업계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8조8000억원 규모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던 국내 은행들은 이후 대규모 스톡옵션 잔치를 벌이다 여론의 질타에 시달렸다.

금융권의 수익성 개선이 단순한 인력 구조조정의 결과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정규직원은 2001년 6만8377명에서 지난해말 6만7163명으로 줄어 들었지만 비정규직은 2만1762명에서 2만7744명으로 크게 늘어 났다.

직원 인건비 줄여서 회사 이익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송유관공사는 놀랍게도 민영화 이후 단 한 차례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벌이지 않았다.

공기업을 부정적으로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인 ‘방만한 경영’이 민영화를 통해 극복되는 과정에서는 어김없이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과체중을 떨어내는 수순을 밟는데 송유관공사는 예외였다.

민영화 직전 총 389명에 달했던 정규직원은 2003년 323명으로 17%가 감소했다.

노조집행부들을 포함한 일부 직원들이 민영화 이후의 명예퇴직금을 요구하는 법정 소송을 제기하며 스스로 옷을 벗었기 때문으로 회사측에서 인력감축을 시도해서는 아니다.

민영화 직후 조헌제 사장을 포함해 주주사에서 파견한 3명이 회사 임원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8명으로 늘었다.

늘어난 임원 자리는 대부분 외부 영입보다 내부 인력을 끌어 올렸다.

거침없는 성격 탓에 민영화 초기 강성 노조원들에게 ‘깡패CEO’라고 비난받던 조헌제사장은 이제 21세기를 대표하는 우수 경영인의 대열에 서서 임직원들의 아낌없는 축하를 받고 있다.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파업을 무기로 삼던 회사의 노조는 이제 조헌제사장과 회사의 든든한 후원군이 되고 있다.

무한대를 향한 송유관공사의 독백은 경영자와 임직원들에 의해 메아리로 되돌아 오고 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