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부터 시작된 문명
나무로부터 시작된 문명
  • 충북대학교 목재종이과학과 한규성 교수
  • 승인 2016.10.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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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언제부터 숲과 인연을 맺었는지 살펴보려면 먼 시간 여행을 해야 한다.

약 40억 년 전 원시의 바다에 세균과 비슷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고, 25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는 산소를 공급하는 광합성생물이 등장함으로써 이 지구는 비로소 생물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긴 시간이 흘러 약 5억 4000만 년 전에 이르러 폭발적인 생물 진화가 일어나 지구상의 생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고, 4억 8000만 년 전에는 최초의 척추동물인 어류가 탄생했다.

이후 지구상에는 오늘날의 나무의 조상이 태어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4억 2000만 년 전에 바다에만 존재하던 생물 중에서, 먼저 식물이 육지로 상륙하고 이어서 곤충과 양서류가 상륙했다.

육지로 올라온 식물은 지구상에 널리 퍼져, 3억 수천만 년 전의 고생대 석탄기라고 불리던 시기에는 아주 큰 나무가 온통 지구를 뒤덮는 큰 숲이 형성됐다.

이렇게 태어난 나무는 진화를 거듭하여 바늘잎나무(침엽수)와 넓은잎나무(활엽수)의 두 갈래로 나뉘었다.
식물학적으로는 나무는 모두가 씨앗식물(종자식물)에 속하는데, 이것은 다시 겉씨식물(나자식물: 씨앗이 겉으로 드러난 것)과 속씨식물(피자식물: 씨앗이 과육 속에 있는 것)로 나뉜다.

여기서 잠깐 침엽수와 활엽수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침엽수는 바늘과 같은 잎을 가지는 늘푸른나무(상록수)를 말하고, 활엽수는 넓은 잎을 가지는 낙엽수를 말하는데, 바늘잎나무와 넓은잎나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져 가는 아쉬움이 있다.

상록수와 낙엽수에는 예외도 있어, 낙엽이 지는 바늘잎나무(잎갈나무, 낙엽송, 낙우송, 메타세쿼이아)도 있고 늘 푸른 넓은잎나무(회양목, 사철나무, 동백나무, 가시나무)도 있다.

사람이 지구에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만 년 전의 일이다. 숲 속의 나무 위가 사람의 보금자리였으며, 열매는 곧 먹을 것이 되었다. 이렇게 숲 속의 다른 동물과 치열한 경쟁(사람은 사실 매우 약한 동물이었을 것이다)을 하던 사람은 250만 년 전에 도구를 만들어 쓰게 되었고, 이로 인해 넓은 들판으로 가끔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때 만들어 쓰던 도구는 당연히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석기가 가장 먼저 쓴 사람의 도구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나무를 꺾어서 또는 부러진 나무를 주워서 쓴 것이 도구의 시초이다. 안타깝게도 그 나무 도구는 다 썩어 남은 것이 없을 뿐이다.

그런데 하루는 어느 똑똑한 사람이 번개를 맞아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보고 옳거니 하고 무릎을 탁 치며 이렇게 생각했다. 이 불만 있으면 무서운 동물도 겁나지 않아. 게다가 으슬으슬 추운 날도 걱정 없을 거야. 160만 년 전에 사람이 바이오에너지를 처음 만난 순간이다.

사람이 본격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불을 이용하여 무서운 동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추위를 물리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유롭게 너른 들판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고, 이제까지 가보지 못했던 먼 곳으로 여행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아프리카 북부에서 출발하여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아시아로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나게 된 것이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가에 머물던 고대인들은 주변의 울창한 숲(지금은 사막이 되었지만)에서 얻은 나무로 집을 짓고 관개시설도 만들어 농사를 지으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켰다. 이들은 나무를 태워 얻은 열로 청동기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구리에 주석과 납이 들어간 청동은 녹는 온도가 낮았기 때문에 바람을 잘 불어가며 태운 나무로도 충분히 녹일 수 있었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히타이트인(지금의 시리아 북부와 터키의 남부에 살던 사람)은 BC 1400년경에 획기적인 철기 제조 기술을 개발하였다. 나무를 태워 얻은 열만으로는 녹일 수 없었던 쇠가 숯과 함께 있으니 잘 녹는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이들은 이 시기에 나무를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열분해하여 얻어지는 그 어려운 숯 만드는 기술을 알고 있던 것이다. 드디어 철기문명이 숯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차세대 바이오에너지 기술로 대두되고 있는 BTL(biomass to liquid)과 BTG(biomass to gas) 기술의 원천이 무려 3400년 전에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 철기문명을 견인한 에너지가 바로 바이오에너지였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등불이 되고 있다.

<에너지칼럼 기고 : 충북대학교 목재종이과학과 한규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