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밸브 제조업체 삼진, 2011년 이후 한 차례도 안전검사실적 없어
가스안전公 강원본부 직원까지 사칭…관련규정 몰라 ‘덜미’
삼진, ‘대리직급 직원 한명이 각인을 위조했다’ 주장…꼬리자르기 의혹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보령 LNG터미널에서 ‘가짜 KC마크’가 새겨진 볼밸브를 발견한 검사원의 이야기가 화제다. 한 검사원의 ‘작은 관심’으로 자칫하면 발생할 수 있었던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KC마크는 가스안전공사에서 실시하는 설계단계검사와 각 지자체별로 실시하는 생산단계검사를 모두 통과했다는 국가통합인증마크다. 검사단계를 모두 통과한 제품은 가스안전공사 직원의 입회하에 인증마크를 타각(금속제품에 마크를 새기는 일)하게 된다.

보령 LNG터널 건설현장의 시공감리를 담당했던 가스안전공사 대전본부 소속 한 검사원은 같은 볼밸브 제품임에도 KC마크 타각위치가 서로 달랐던 점을 이상히 여겨 GS건설 관계자에게 해당제품을 확인해볼 것을 권고했다.

해당 검사원은 “이달 초 시행했던 정례 시공감리에서 같은 볼밸브 제품이었는데도 각인위치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같은 모델이면 동일한 위치에 KC마크를 타각하는게 보편적인데, 해당 볼밸브는 같은 제품임에도 몸통, 태그에 마크를 타각하거나 고리형태로 제품에 고정시키는 등 위치가 서로 달랐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발견당시에는 타각을 감독한 직원의 실수정도로 생각했다”며 “이에 보령 LNG터미널 건설 참여사 중 하나인 GS건설 관계자에게 해당제품을 확인해보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해당 검사원이 권고한대로 GS건설 관계자는 해당 볼밸브를 납품한 업체인 ‘삼진 JMC(이하 삼진)’ 측에 ‘KC마크 타각 위치가 다르다’며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얼마 후 가스안전공사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인물이 GS건설 관계자에게 전화해서 “타각위치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내가 현재 강원지역본부에 있으니 조만간 직접 현장으로 가 KC마크를 다시 타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해당사실을 검사원에게 전했다. 말을 전해들은 검사원은 해당 볼밸브 납품업체 삼진과 가스안전공사 직원이라고 밝힌 인물을 수상히 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당 검사원은 당시상황에 대해 “KC마크의 타각위치는 규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굳이 먼 거리에 위치한 강원본부 직원이 직접 보령까지 찾아와서 KC마크를 다시 타각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며 “가스안전공사의 직원이라고 밝힌 인물과 납품업체 삼진의 관계를 의심하고 각인의 진위여부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가스안전공사 직원 사칭해가며 각인 위조

해당 검사원은 즉시 가스안전공사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삼진의 제품검사의뢰 내역을 조회했다. 조회내역결과 삼진의 제품검사의뢰 기록은 2011년이 마지막이었고,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검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물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단 한 차례도 검사를 시행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검사원은 “가스안전공사 시스템에는 관련 검사내용이 모두 기록돼 있는데 삼진은 201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가스안전공사 측에 제품안전검사 의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련내용을 삼진 측에 문의했더니, 삼진은 강원지역본부 소속의 한 직원의 이름을 대면서 관련검사를 받았다고 항변했다”고 당시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해당 검사원이 삼진 측이 언급했던 강원지역본부 소속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이를 다시 삼진 측에 추궁하니 각인을 위조한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해당 검사원은 “강원지역본부 직원은 해당사실조차도 몰랐고, 관련사실을 삼진 측에 집중 추궁하니 답변을 회피하다 결국 각인 위조사실을 인정했다”며 “추가 조사결과 GS건설 관계자에게 가스안전공사 직원이라고 사칭했던 인물은 가스안전공사와는 전혀 무관한 인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 각인위조는 직원 한명이 모두 결정했나…‘삼진, 꼬리 자르기 의혹’

현재 이 사건은 가스안전공사 내부적으로 보고가 완료돼 후속조치 중에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2일, 삼진으로부터 사건확인서를 수리하고 위조된 각인을 회수하는 한편, 생산단계검사 허가관청인 대전 대덕구청에 관련내용을 통보했다.

대전 대덕구청은 조사내용을 토대로 삼진을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진은 각인 위조, 직원사칭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삼진 측이 각인 위조를 소속직원 한명(직급 대리)이 모두 결정했으며 나머지 임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보령 LNG터미널에 설치된 위조 각인 볼밸브는 488개에 이르고, 통영이나 평택기지에도 납품이 돼 있는 상황이다. 사안의 경중으로 봤을 때 직원 한명이 모든 것을 처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경찰 등 사법당국은 해당직원 외 다른 인물의 가담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가스안전공사는 이원화된 시설검사 시스템, 각 지역별 검사원들의 노력으로 각인 위조 가스제품들이 유통될 수 없다”며 “앞으로도 가스안전공사는 불량 가스제품들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말 완공예정이던 보령 LNG터미널 건설공사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준공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최대 6개월 가량 지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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