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의무물량 미준수시 계약해지 압박…알뜰, 집단반발
알뜰주유소협회, 의무물량 50%⟶30% 낮추는 방안 모색

▲ 알뜰주유소 로고.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최근 알뜰주유소 사업자들과 석유공사 간의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

정유사 출고가격보다 비싼 석유공사의 물량을 거부하는 알뜰주유소와 의무구매계약 물량을 준수하라며 알뜰주유소들을 압박하는 석유공사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석유공사와 알뜰주유소 분쟁의 원인은 저유가라고 할 수 있다. 하류부문의 재고소비가 거의 없다시피 한 석유공사는 기존 고유가시절 재고물량이 계속 적체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석유공사가 비축한 물량은 대부분이 고유가 때 비축한 물량이다.

반대로 정유사들의 경우에는 내수소비, 해외수출 등 재고물량의 순환이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 최근 저유가시대가 도래하자, 정유사들은 기민하게 출고가격을 낮추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석유공사의 비축분은 가격경쟁력을 점차 상실할 수 밖에 없었고, 반대로 정유사들의 출고가격은 점점 더 낮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알뜰주유소 사업주들은 값비싼 석유공사를 비축물량을 외면하고, 값싼 정유사 물량을 구매하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부분의 알뜰주유소들이 석유공사의 의무구매계약(총 판매물량의 50%) 물량을 지키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석유공사 측은 계약서상 명시돼 있는 의무구매물량을 준수하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알뜰주유소 사업주들은 석유공사의 출고가격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알뜰주유소를 운영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알뜰주유소 사업주는 “석유공사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저렴한 기름을 판매해야 하는 알뜰주유소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 ‘의무물량 안지킬꺼면 나가라’ 석유공사, 초강수 뒀지만…

석유공사는 지난 5월, 공문을 통해 전국의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의무구매물량을 지키지 않는 알뜰주유소는 공급계약을 해지시키겠다’며 엄포를 놨다.

당시 공문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해당 알뜰주유소가 의무구매물량을 준수했다는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석유제품 공급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계약위반으로 공급계약이 해지되면 해당 알뜰주유소 사업주는 석유공사로부터 지원받은 시설개선지원금을 전액 반납해야 하고, 별도의 위약금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석유공사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알뜰주유소 사업주들은 ‘차라리 알뜰 폴을 떼겠다’며 맞불을 놨다. 알뜰주유소의 당초취지는 주변의 다른 주유소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가격인하효과를 유도하는 것인데, 석유공사의 물량을 구매할 경우 알뜰주유소의 취지가 무색해 진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는 적립카드, 제휴카드 등 부가서비스가 상당히 부실한 상황으로, 가격적인 장점마저 잃는다면 정유사 폴 주유소들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느니 차라리 정유사 폴 주유소로 옮기겠다는 것이 알뜰주유소 사업주들의 심정이다.

다수의 알뜰주유소들이 폴 이탈 움직임을 보이자, 점유율 감소를 우려한 석유공사는 기존 강경입장을 철회하고, 의무구매물량 구매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 공급가격이 정유사 현물 가격보다 더 높은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알뜰주유소 사업주들은 석유공사 대신 값싼 정유사 기름을 공급받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석유공사가 점유율에 목매는 이유와 향후 계획은?

석유공사는 지난 5월에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실제로 계약을 해지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 권고수준의 ‘독촉장’이었다고 해명했다.

알뜰주유소 측이 ‘계약해지도 불사하겠다고 하자 석유공사가 권고수준으로 기존입장을 선회했다’라고 주장한 것과는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 5월 발송한 공문은 처음부터 권고가 목적이었다”며 “향후 의무구매물량을 지키지 않을 시에는 공급계약을 해지시키는 등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석유공사는 지난해 의무구매를 준수하지 않은 알뜰주유소 3개소에 대해 공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석유공사가 의무구매 계약 미준수에 대해 공급계약해지 등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향후 알뜰주유소 사업주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주유소 측이 주장하는 석유공사의 ‘비싼 기름출고가격’과 관련해서도 석유공사 측은 오피넷상 알뜰주유소의 전국평균가격이 다른 정유사 폴 주유소에 비해 40~50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며 이는 석유공사에서 값싼 기름을 알뜰주유소에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유사 출고가격이 석유공사 출고가격보다 저렴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유사에서 팔다남은 물량을 일종의 덤핑물량으로 낮은가격에 처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덤핑물량으로 인해 정유사 물량이 석유공사 보다 일시적으로 낮아질 순 있겠으나 평균적으로는 석유공사 출고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주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극심한 저유가 탓에 석유공사 비축물량의 가격경쟁력이 일정부분 상실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덤핑물량으로 인해 정유사 출고가격이 석유공사에 비해 일시적으로 낮아지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석유공사 물량이 저렴하다”고 밝혔다.

◆ 석유公-알뜰주유소 대립, 원만한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알뜰주유소 사업주들은 석유공사 비축물량이 가격경쟁력만 회복한다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비축분이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일정수준으로 올라야 한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기조가 한풀 꺽이면서, 당분간은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저유가시대를 맞이했던 국제석유시장은 올해 초 OPEC협의를 통해 산유량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다소 반등할 기미가 보였다.

하지만 브렉시트, 미국대선 등 국제정치 불안요소와 함께 중동 산유국 간의 경쟁으로 인해 원유생산량이 늘어 최근에는 유가 상승폭이 다시 정체되고 있다. 세계 석유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의 유가가 장기간 유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알뜰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들이 의무구매 물량을 반드시 준수토록 강제하되, 의무구매물량을 종전 50%에서 20~30%로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가격이 높은 기름을 구매하라고 강요하는 석유공사도 문제지만, 가격이 다소 비싼 측면이 있더라도 계약상 명시된 의무계약물량을 지키지 않겠다는 알뜰주유소 측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알뜰주유소가 석유공사로부터 의무 구매물량 비중을 20~30%선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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