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지자체들은 유사경유 근절을 위한 선언문(우측)을 채택해 홍보중이다. 좌측은 인터넷 신고 사이트
◎한국 : 등유세 인상·유통단계 단속에 주력
유사경유 잡아도 지방세 교부액 별 차이 없어

◎일본 : 지자체내 판매물량만큼 세금 교부
노상검사·세금추징 등 강경단속으로 풀어

일본이 부정경유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세제개편의 영향으로 유사경유 적발율이 크게 치솟으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한국석유품질검사소에 따르면 유사경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석유유통업소는 2000년 83건에서 지난해 406개업소로 5배 가량 증가했다.

일본도 석유품질검사 결과 유사경유로 적발되는 비율이 3%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유통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일본과 다른 점은 유사경유 방지를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하느냐는 대목이다.

유사경유 유통을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일본은 행정기관의 강력한 단속을 선택했지만 우리나라는 세금 인상으로 풀어가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경유에 지방세인 거래세를 리터당 32.1엔(한화 환산 321원)을 부과하고 유사 경유의 원료가 되는 등유에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되는 소비세만 매겨진다.

등유 소비세는 세전가격의 5%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리터당 3엔에도 못미친다(한화 환산 28.5원)

반면 우리나라는 경유나 등유 모두 다양한 목적의 세금이 높게 부과되고 있다.

경유는 리터당 287원의 교통세와 43원의 교육세, 62원의 지방주행세가 부과되고 있다.

등유에는 특소세 154원과 교육세 23원, 판매부과금 23원이 부과된다.

10%의 부가가치세까지 합하면 등유 세금은 리터당 무려 262원을 넘는다.

오는 7월에 경유 세금은 또다시 리터당 63원 가량 인상되고 유사경유의 원료가 될 수 있는 등유도 덩달아 27원정도가 오를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의 이원철상무는 “유사경유 유통이 심각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은 그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등유에 대해 서민 난방유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저율의 소비세만 부과하고 강력한 단속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등유 세금을 올리는 손쉬운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사경유 탈루를 막기 위한 지자체간의 노력이나 관련 법규도 차이가 난다.

일본에서는 석유원매업자나 특약업자가 석유구매자에게 경유거래세를 청구하고 구매자가 속한 현에 납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후쿠오카현에 위치한 주유소들이 판매한 경유 물량만큼 해당 현은 경유거래세를 징수할 수 있다.

현에서 판매되는 유사경유가 많을수록 세입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단속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경유에 지방세인 주행세가 부과되지만 세금의 교부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지방주행세는 정제공장 소재지나 석유수입사 통관지역의 행정관청에서 징수해 전국 시·군·구의 자동차징수세액을 기준으로 비율을 설정해 교부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지방세정팀 관계자는 “관내 유사석유 유통을 억제한다고 해당 지자체에 교부되는 주행세금이 직접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해 일본 지자체에 비해 유사석유 근절과 관련한 동기가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석유협회의 주정빈 부장은 “지자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유사석유 근절에 나설 수 있도록 일본의 지방세 교부방식을 준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사경유 단속방식도 다르다.

일본은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이 화물차나 버스 등 경유 사용차량을 대상으로 노상 품질단속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석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석유유통사업자들에 더해 대형 연료 자가소비처도 연료 품질검사가 가능해졌다는 대목이다.

개정 석유사업법에서는 판매목적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석유를 보관하거나 저장중인 사업자 즉 운수회사나 운전학원 등 대형 석유자가소비처에 대해서도 품질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관리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유사경유 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유사경유의 원료가 다양화되고 있어 보다 다각적인 품질단속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석유품질검사소에 따르면 90년대까지만 해도 경유에 등유를 혼합해 유사경유를 제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생연료유와 용제, 심지어 윤활기유와 석유중간제품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결국 경유에 비해 세금부과액이 낮아 상대적으로 값이 싼 석유나 석유화학제품들은 모두 유사경유의 원료가 되고 있다.

현재 등유나 부생유는 식별제가 첨가되어 있어 경유에 혼합됐을 경우 비교적 쉽게 구분해낼 수 있다는게 검사기관의 설명이다.

하지만 용제를 비롯한 다른 원료들은 등유에 비해 가격도 훨씬 싼데다 식별제도 첨가되어 있지 않아 유사경유의 원료로 더 쉽게 이용되고 있다.

등유가 유사경유의 불법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재경부는 등유 세금이 인상중이지만 오히려 용제나 다른 원료에 대한 관리나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석유품질검사소의 신성철 검사처장은 “유사석유 제조는 결국 세금탈루가 목적이어 석유세금이 전혀 붙지 않아 등유 보다도 가격이 낮은 용제류가 원료로 사용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며 다각적인 품질관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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