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
정유사간 석유 물량 교환으로 상표 차별성도 없어

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이 지난 14일 간담회를 통해 혼합석유판매 활성화 필요성과 구체적인 추진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 전량 구매 계약 완화되면 기름값 낮춰져 소비자에 이익-

- 회장단 앞장서 물량구매계약 전환 신청*변호사에 위임할 것-

주유소 사업자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가 정유사와 체결한 전량구매 계약이 부당하며 혼합석유판매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정 정유사 상표를 도입한 주유소라도 타 정유사 석유제품을 혼합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아예 협회 차원에서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유사와 주유소간에 계약을 통해 일정 약정 물량은 반드시 계열 정유사로부터 공급받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타사 제품을 공급받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계약 변경과 관련해 직접 지원 사업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전량구매계약을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주유소의 신청을 받아 협회가 선정한 변호사에게 위임하고 법리적으로 계약 변경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인데 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을 통해 혼합판매 활성화를 추진하는 배경 등을 들어봤다.

 

▲ 협회가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2년에 협회에서 조사한 결과 97.7%의 주유소가 계열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응답자 중 74.4%는 혼합판매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간 경쟁이 제한되고 계열 정유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 관행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에서는 혼합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지난 2012년, 정부와 주유소협회가 공동으로 혼합판매 지원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73개 주유소가 신청해 정유사와 혼합판매계약 전환을 지원했지만 정유사의 회유와 압박에 취약한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신청을 취소하고 2개 주유소만 물량계약으로 전환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협회는 혼합판매 제도 활성화를 위해 주유소와 정유사간 전량구매계약을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하고, 원활한 계약 전환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고 이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물량구매전환지원사업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나?

- 협회에서 주유소의 물량구매계약 전환 신청을 접수받아 전담 변호사에게 위임하고, 전담 변호사가 직접 정유사와 계약 전환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계약 전환을 신청한 개별 주유소의 계약기간, 채권유무, 시설지원유무, 인센티브 유무, 판매규모 등 세부사항을 조사한 후 주유소별 계약전환 기준을 마련하고 전담 변호사가 직접 정유사와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전담 변호사가 직접 협상을 진행하는 이유는 주유소가 직접 협상을 진행할 경우 정유사로부터 압박이나 회유 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담 변호사가 협상을 통해 정유사와 합의점이 도출되면 개별 주유소의 판매규모 등에 따라 기존 전량구매계약을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하게 된다.

정유사와 합의가 원만히 되지 않을 경우에는 재차 의견조율을 거쳐 재협상을 진행하게 되고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후속조치도 이뤄질 것이다.

 

▲ 혼합판매가 소비자 알권리를 제한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 석유 판매시장에서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유사간 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이미 정유사 공급물량의 35%가 제품교환을 통해 주유소 상표와 다른 정유사 제품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상표와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정유사 단계에서 이미 제품교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 단계의 혼합판매가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주유소 단계의 혼합판매를 활성화해 주유소와 정유사간 전량구매계약 관행을 완화하고 주유소가 정유사에 대한 협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주유소 혼합석유 판매와 관련한 해외사례가 있는지?

- 미국의 경우 주유소 자체 비용으로 지하탱크와 계량기를 별도 설치하는 등의 일정조건 아래에서 타사 제품 판매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라이센서(상표권자)가 라이센시(사용자)에게 유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할 경우에는 타사 제품 구입, 판매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정유사의 우월적지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쌍방간 프랜차이즈계약에 대한 권리, 의무, 기간 및 해지 등 세부사항을 규정한 PMPA법(Petroleum Marketing Practice Act)을 운용중이지만 주유소가 반드시 한 정유사와만 거래해야 한다는 사적계약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일본의 경우에도 원매사(정유사)는 유통효율화와 경비절감을 위해 관례상 제품의 교환, 혼합판매를 인정하고 있다.

원매사 역시도 거래 주유소가 계열외 제품 즉 덤핑유 구입을 용인하면서 계열 외 제품만 거래되는 현물시장의 구성을 인정하고 있다.

원매사와 주유소간 공급계약 또는 거래조건 협의시 자사 정규 제품의 70~80%는 자기계열 제품을 구매하고 제품가격 등에서 현저한 차등이 발생해 저렴한 덤핑제품 구입을 원할 때에는 20~30% 정도는 계열외 제품을 현물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관례상 상호 용인하고 있다.

 

▲ 혼합판매는 결국 주유소가 이득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닌가?

- 최근 과포화 상태의 주유소시장은 정부의 지속된 기름값 인하 정책으로 주유소간 가격경쟁이 매우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주유소업계에서는 이익을 줄여서라도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혼합판매는 주유소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가 아닌 주유소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주유소가 공급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현재 거래 계약은 여전히 불공정한 관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석유유통시장에서의 불공정한 관행의 개선을 통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혼합석유판매 제도를 도입하고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도 마련해 놓았지만 정유사와 주유소간 전량구매계약으로 인해 참여할 수 있는 주유소는 극히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주유소의 물량구매계약 전환을 통해 혼합판매가 활성화되고 전자상거래 시장에 많은 주유소들이 참여해 공정한 석유시장이 형성된다면 그 혜택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 주유소에서 타사제품을 구매하는 원인은?

-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계열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음성적 혼합판매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음성적 혼합판매의 원인은 비단 주유소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다.

주유소가 타 정유사 제품을 구매하는 원인은 정유사 재고물량에 대한 덤핑유 판매에서 찾을 수 있다.

연산품인 석유제품의 경우 내수 대비 생산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2013년 정유사의 내수 대비 생산비율은 121%로 나타났다.

즉 정유사에서는 초과 생산된 과잉물량에 대해 관행적으로 현물대리점들을 통해 자사 상표 주유소가 아닌 타사 상표 주유소에 판매하기 위한 덤핑물량으로 리터당 20~50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한 주유소들은 저렴한 가격의 타사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사의 재고물량이 계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훨씬 하회해 현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정유사에서 오히려 혼합판매를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 현재 석유유통시장에서의 혼합판매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 협회에서 2014년 상반기까지 회원사로부터 보고받은 거래상황기록부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2014년 6월 기준 전국 영업주유소수는 1만2575곳으로 이중 정유사 상표를 부착한 자영주유소 1만941곳중 31.8%인 3474개 주유소가 혼합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조사한 17%에 비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정유사 단계에서도 이미 제품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한 2013년 정유사 석유제품 교환판매 현황에 따르면, SK의 제품교환비율은 38.3%, GS칼텍스는 49.7%, 현대오일뱅크는 30.9%, S-OIL은 15.8%에 달한다.

정유사 공급물량의 평균 35.2%가 제품교환을 통해 주유소 상표와 다른 정유사의 제품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혼합판매 활성화와 관련한 향후 추진계획은?

- 협회에서는 11월부터 물량구매계약 전환을 희망하는 주유소들의 전환신청을 접수받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많은 주유소들이 계약전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

현재 정유사와 물량구매계약을 체결해 주유소 운영을 하고 있는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이를 전파해 나가겠다.

또한 협회에서는 회장단 8명이 앞장서 거래 정유사와 물량구매계약 전환 신청을 받았고 이를 전담 변호사에게 위임해 해당 정유사와 계약변경을 진행할 계획이다.

협회 임원의 선제적인 계약전환을 통해 많은 주유소들이 계약전환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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