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의 슈퍼갑질, 납품업체는 도산직전까지 내몰려

[지앤이타임즈 이진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한전KPS가 납품업체에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변조를 부추겨 놓고 산업부가 이를 적발하자, 업체를 상대로 부정당업자 제재조치 및 검찰에 고발하는 등 도산 위기로 내몰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수원과 한전KPS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소송현황' 및 '수사요청서'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이 고리2호기 계획예방정비과정에서 협력업체정비공사 관리지침을 어기고 납품업체에 선발주한 뒤 작업지시를 내리고, 구체적인 시험성적서 위·변조까지 하도록 부추긴 후 그 사실이 적발되자 모든 혐의를 업체에게 떠넘겼던 적이 있음을 확인했다.

2012년 9월 한수원 고리원자력발전소 소속 김 모과장은 고리2호기 정비에 필요한 메케니컬 씰(Machnical seal) 구매를 위해 A업체에 메일을 보냈다. 당시 A업체 사장은 제품제작에 필요한 시방서도 없고,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희망 납기일에 맞출 수 없다며 수차례 거절 했다. 그러나 김 모과장이 직접 전화로 요청하면서 납품업체에 일방적으로 일감을 떠맡았다.

요청을 수용한 A사장은 납품 시 제출해야 할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 발행 절차가 보름정도 소요돼 납기일내 제출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김모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타기업의 공인기관성적서 첨부 여부를 물었다. 그러자 김모 차장은 "서류는 문제되지 않는다, 단 최대한 빨리 제작하라"고 재촉했을 뿐 아니라 "타사의 명칭은 가리는게 나을 것 같다"며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렸다. 이후 A업체 사장은 지시에 따라 타사의 명칭을 삭제해 제품과 시험성적서 납품을 마쳤다.

선발주와 작업지시를 마친 한수원은 절차대로 한전KPS와 A업체에게 발주업무를 이관했다. 선발주한 사실도 모른 채 한전KPS는 지입자재 발주 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그제야 A업체도 한수원의 선발주가, 한전KPS의 업무영역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 같은 한수원의 사전발주, 구두작업지시는 협력업체 정비공사 관리지침을 어긴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한수원은 정비계약을 맺은 한전 KPS을 통해 교체가 필요한 제품의 구매지시를 내리고, 한전KPS가 지입자재 공급사에게 작업지시를 내린 후 납품된 제품에 대해 성능 등을 테스트한 후 한수원 측에 최종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선발주, 구두작업지시 및 구체적인 위변조방법까지 제시했던 한수원측은 이 사실이 드러나자 태도가 180도 돌변했다.

모든 사실을 납품업체와 한전KPS 잘못으로 돌리고 '계약업체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고 발을 뺐다. 그리고 한수원은 한전KPS를 상대로 6개월간 입찰참가제한 제재조치를 내렸다.

한전KPS는 부당하다며 부정당업체 제재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동시에 A업체에 대해 3개월의 입찰참가제한 제재 조치 및 '사문서 위·변조'혐의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A업체에게만 전가되었다. A업체는 부정당업자로 묶여 영업활동은커녕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한수원은 "과거에는 정비기간 단축 등 생산성 위주로 발전소를 운영하다보니 관행적으로 사전발주를 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순옥 의원은 "한수원의 발주는 한전KPS를 통해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사에 직접 발주한 것 자체가 규정위반인데 별도 규정이 없었다는 답변은 또 다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며, "위변조를 지시한 한수원 직원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절차를 위반한 직원에 대한 징계조항은 쏙 빼놓고 무슨 개선이냐"며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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