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이수헌 기자] 정부는 최근 석유 및 LPG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에너지가격 안정화를 요구했다. 명분은 당연히 서민물가 안정 및 소비자 부담완화다.

당시 정부는 국제가 인하분에 비해 국내 에너지가격이 아직도 높다고 말했다. 주유소와 충전소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지역별로도 차이가 심하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이는 마치 공급사 또는 주유소·충전소가 높은 마진을 챙겨 서민의 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늬앙스다.
정작 정유사들은 실적악화에 몸살이고 지난해에도 매출하락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연말까지 국제 휘발유 가격 인하분보다 국내가 인하분이 오히려 높았다. 정부의 요구와는 별개로 이미 에너지업계는 생존권을 위해 치열하게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유통단계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영업환경에 주유소 마진은 1% 미만이고 폐업 주유소가 생기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년째 주유소가 줄고 있다.

LPG수입사들은 수년째 이어지는 수요감소로 LPG공급보다는 LPG를 원료로 하는 화학 및 발전사업, 해외트레이딩 및 운송사업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최종 소비자 가격 중 정부가 걷는 세금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지난해 1월 소비자가격의 약 49%를 차지했던 고정세가 이달에는 60%에 이를 전망이다.

관세도 부활했다. 나프타 제조용 원유는 그동안 무관세였으나 올해부터 3%의 기본세율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1%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LPG와 LPG제조용 원유도 무관세에서 올해 상반기 2%의 관세를 적용한다.
결국 국제 에너지가격이 대폭 하락했다는 것을 바탕에 둔다면 현재 에너지가격 안정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세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국가운영을 위해 세금은 필요하다. 과거에도 현재도 유류세가 국가재정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기 좋은 명분을 내세우며 세금 비중은 올려놓고 가격 안정화를 입으로만 떠드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내 경기가 위축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지금 즉시 에너지가격 안정화에 동참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겁하게 업계 탓으로 돌리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기운 빠진 말에 채찍질 해봐야 쓰러지기 밖에 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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