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자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석유사업자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 김신 기자
  • 승인 2014.03.31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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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도소매 시장을 담당하는 석유대리점과 주유소 사업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정부 정책에 항의하며 집단 행동에 나선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그리 어려운 주문이 아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 충실하게 작동되도록 그냥 내버려 달라는 단순한 요구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던 당시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뱉은 ‘기름값이 묘하다’라는 한 마디 이후 알뜰주유소 브랜드를 런칭하고 수입석유에만 무관세와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제공하는 반 시장적인 정책을 쏟아 냈다.

석유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 시스템도 개통했다.
그 결과 석유유통경험이 전무했던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운영 사업자로 화려하게 등장하면서 전국적으로 1000 여곳이 넘는 석유 유통 네트워크를 거느리는 큰 손이 되고 있다.
1만2600 여 영업주유소중 8%에 달하는 유통 네트워크를 단숨에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단 한 곳의 석유 유통 네트워크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석유공사가 정유사를 석유 공동 구매 입찰 무대로 끌어 내고 별다른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불과 2년 여 만에 국내 최대 석유 유통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정부의 ‘힘’ 때문이었다.

수입석유 특혜 정책을 등에 업고 1%대 전후에 불과하던 수입석유 내수 시장 점유율이 10%까지 수직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도 정부 역할이 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 정책들이 기본적으로 시중 기름값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미끼’ 역할에 불과했다는 대목이다.

각종 시설물 설치 자금 무상 지원, 특별세액 공제, 석유공사의 석유 구입 자금 여신 제공은 기본이고 정부가 품질과 가격 등을 보장한다며 알뜰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선전해 고객 유치를 돕고 심지어 정유사와 석유 품질면에서 경쟁이 될 수 없는 삼성토탈까지 끌어 들여 반제품 휘발유를 구매하고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들은 정유사 브랜드 관리를 받는 기름보다 쌀 수 밖에 없다.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거래된 수입기름은 더욱 심각한 시장 왜곡을 가져 왔다.
정부는 정유사를 견제하겠다는 이유로 석유전자상거래에 상장되는 수입석유에만 무관세, 수입부과금 환급,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면제 같은 특혜를 제공해왔다.
이로 인해 전자상거래를 통해 시중에 유통된 수입석유는 정상적인 기름보다 리터당 60원 가까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일물일가(一物一價) 구조가 깨지는 빌미를 제공됐다.

법정 품질 기준을 충족시킨 정상 석유제품이라면 자유 시장 경쟁 구조 아래서 낮은 가격대로 소비가 몰리면서 궁극적으로 서로 비슷한 가격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가격 형성의 출발이 같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수입석유만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리터당 60원 이상의 가격 인하 혜택을 제공했고 그 가격에 정유사나 대리점, 주유소 등 내수 석유 유통 주체들이 맞추라고 강요했으니 명백한 시장 개입 행위가 분명하다.

내수 기름값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와 유류세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 기름값을 결정하는 산유국에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세조항 없는 간접세로 한해 20조원 이상이 착실하게 걷히는 유류세는 꽁꽁 감춰둔 체 알뜰한 주유소를 런칭하고 최첨단 거래 기법인 양 석유전자상거래를 홍보하며 높은 기름값에 불평하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 사이 알뜰 브랜드를 달지 않았거나 석유를 국내 정제공장에서 만들어냈거나 또는 전국 방방곡곡에 저장과 유통시설을 갖춘 대리점 사업자들은 소외되고 비정상적인 경쟁에 내몰리며 골병이 들고 있고 급기야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름값은 낮을수록 좋다.
하지만 정유사나 석유대리점, 주유소 사업자들 모두 국가 구성원이며 경제 주체이고 또 다른 소비주체들이다.

비정상적인 시장경쟁 과정을 통해 낮춰진 기름값은 정상적이고 건전한 석유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고 경제 흐름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석유 유통 경쟁은 시장에 맡겨주고 정부는 시장 감시자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해 달라는 아주 당연한 석유 사업자들의 요구에 정부는 귀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