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다. 해외 자원개발을 하고 있는 공기업들이 국감에서 뭇매를 맞았다.
주요 지적사항도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건으로, 가스공사는 대규모 자원개발에 나서면서 생긴 높은 부채율로 국회 산업위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국감 수난은 대략 2010년부터 시작됐다.
그전까지는 청와대, 정부, 기업은 물론 국회까지 나서서 해외 자원개발을 장려하고 진출도 많이 했다. 이를 촉발시킨 것은 2008년 터진 세계 초고유가 상황이다.
중국이 엄청난 산업 발전 속에 에너지를 무한대로 끌어 쓰면서 2008년 중반 경 원유가격이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수급 중단 위기를 막고자 원유 등 자원 사재기에 나섰고, 자원보유국들은 자원민족주의를 보이며 강제 국유화 및 고가 판매를 시작했다.
자원의 원활한 수급 없이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에 당시 MB정부는 석유공사와 광물공사의 대형화를 추진해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게 했고, 천연가스 수급에만 집중하던 가스공사와 한전 및 발전자회사까지도 자원 확보 대열에 합류시켰다.

석유공사의 2009년 10월 4조원 규모의 하베스트 인수 건은 당시에는 마치 승전보처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세달 전 석유공사가 중국석유화학공사(시노펙)에 밀려 스위스 석유기업 아닥스를 인수하는데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시에는 경제성을 따져볼 겨를도 없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세한 경제성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원 게임에서 지는 것이었다.

현재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해외자산이 부실화 된 것은 방만경영보다는 자원가격이 당시보다 크게 내려갔기 때문이다. 원유만 보더라도 배럴당 140달러에서 100달러로 내려앉았다.
최근 자원개발 공기업에 대한 국감은 당시의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정략적인 경향이 많다는 게 에너지 업계의 평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잃은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것도 엄청 많다. 자산 매입 노하우부터 탐사기술 확보, 광구 운영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자들과 직접 부딪히며 다진 실력은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중요하고 귀한 자산이다.

최근 국감을 마친 한 자원개발 공기업 직원은 이런 푸념을 내놨다고 한다. “차라리 해외 자원개발 안하면 안 되나, 해봤자 욕만 먹을 거 뭐하러 하나.”
국회가 진정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다면 자원개발 공기업에 회초리만 들지 말고 잘한 점은 칭찬해 줘야 구성원들이 힘을 얻어 진정한 자원강국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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