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소비자들이 직접 정유사를 설립해 20% 싼 기름을 사용하자’는 캐치 플래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국민석유주식회사가 최근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마쳤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수출입업에 적합하다며 등록 신청을 수리했다고 밝혔다.

또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개 모집하는 신고서를 제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정유사를 건설해 기름값을 대폭 낮추겠다는 국민석유의 설립 취지에 동의하지 않을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5월 13일 기준 주주 참여 약정을 맺은 금액이 1700억원에 달한다는 국민석유측의 설명 안에서도 소비자들의 지지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석유는 국민들이 직접 주주로 참여해 정유사를 건설하고 ‘착한 기름’을 공급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있는 만큼 모든 진행 과정이 투명하고 왜곡되지 않아야 하며 한 치의 과장도 있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번 석유수출입업 등록 발표 과정에서 국민석유측은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석유수출입 사업을 벌일 수 없는 ‘조건부등록’을 받은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조건부등록은 실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해당 기업이 사업자등록 같은 행정 절차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옵션을 걸어 등록을 받아주는 일종의 행정 편의 장치다.

또한 등록 신청 과정에서 약속한 조건이 지켜져야 본 등록을 받을 수 있다.

조건부등록을 받은 것 만으로 석유수입을 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충족됐고 그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석유는 최초 보도자료에서는 조건부 등록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석유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원문대로 해석하자면 이 회사는 본 등록을 마쳤고 석유수입 자격을 확보한 것으로 이해된다.

국민석유는 조건부 등록과 본 등록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석유는 석유수출입업 본 등록을 받을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그 직후 1000억원대가 넘는 자금 공모에 나서는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투자자 등에게 보다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옳았다.

국민석유는 석유수출입 사업을 선행하고 자금 공모 등을 통해 향후 2년 이내에 정유사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석유수입사업의 시장성이 좋지 않은 만큼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산업부에 등록된 석유수입사가 수십여곳에 달해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가 수입석유에 무관세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일부 유종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10%에 가까워 진 것은 사실이지만 하반기부터 이같은 혜택 대부분이 사라질 전망이다.

대다수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관세 특혜 등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수입석유가 내수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수입석유 특혜가 제공되지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의 수입석유 내수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수입석유에 대한 특혜가 배제되고 정유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름값을 낮춰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주주로 참여한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배당 수익을 챙겨줄 것이며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정유사 건설 자금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석유측은 사업 진행 과정과 관련한 취재 요청에 ‘해당 사실이 알려질 경우 정유사가 훼방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석유 수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석유저장시설을 어느 지역에 갖출 것인지 또 어느 국가에서 도입할 계획인지 등 기초적인 질문에도 ‘정유사의 조직적 방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실제로 국민석유 사업을 가로막기 위한 조직적 방해를 하고 있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며 국민석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지는 더욱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만약 사실이라면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면 된다.

국민석유 출범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진정성이 진정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정유사를 건설하는데서 끝나서는 안된다.

그 정유사가 실제로 기름값을 20% 끌어 내리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경영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유사 건설 이전 단계 사업으로 추진중인 석유수입업 역시 내수 기름값 안정에 도움이 되면서도 정유사 건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기름값 인하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석유가 정상적인 수익을 포기하면서 또는 적자를 감수하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국민 자금 공모에 앞서 국민석유의 1단계 사업인 석유수입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전제돼야 한다.

국민석유 출범 취지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보다 당당하고 자신있으며 전문가적인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것이 일의 첫 번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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