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공기업이자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가스공사에 비상이 걸렸다.

가스 도입 원가 변동 요인을 내수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미수금이 손실처리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책에 밀려 가스 도입 가격 인상 요인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금액은 무려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금액은 다만 가스공사의 미수금으로 해석되어 왔다.

가스 가격이 안정화되면 그간 미뤄왔던 인상 유보분을 내수 공급가격에 분산 반영해 받을 수 있는 자금으로 여겨왔던 것.

하지만 감사원이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손실 처리될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정부의 가스가격 통제 속에 가스공사는 5조5000억원을 미수금으로 쌓아 놓고 있는데 졸지에 부실채권으로 해석되면서 경영에 큰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가스공사가 미수금으로 분류한 5조5000억원은 이 회사의 자본금인 약 8조4000억원의 65%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당기순익을 약 3777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15배 정도 많은 금액을 앉아서 부실처리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감사원의 이번 해석으로 가스공사의 부채율은 800%대가 넘게 뛰어 오르게 됐고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가스공사는 사실상 신용등급이 낮은 고위험·고수익 채권인 정크본드(junk bond)에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가스 수입 기업이자 국가 가스 수급 안보를 책임지고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가스전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스공사의 위상이 하루 아침에 추락하는 순간이다.

가스공사가 비록 공기업이지만 기업이 공개된 만큼 수많은 주주들의 투자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상황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과 조직 구성원들이 떠안아야 할 것이다.

수많은 가스공사 주주들은 과거 한전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회사의 누적 적자에 대한 천문학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최대 주주로 가스 도소매 요금을 결정해온 주체가 정부라는 점에서 가스공사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소비자 모두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 분명하다.

정치적 논리에 휩싸여 도입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선심쓰듯 가스를 공급하라고 주문한 것이 바로 정부와 정치권이다.

소비자들은 ‘적정한 에너지 요금’보다 ‘무조건 값싼 에너지’를 요구해왔다.

가스공사가 제때 공급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5조5000억원이 설령 ‘미수금’으로 해석되더라도 아직 수금되지 못한 즉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값아야 할 돈이다.

부실채권 처리될 경우 가스공사의 부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요금 체계를 바라보는 정부와 정치권의 ‘조삼모사(朝三暮四)’격 시각이 부른 화(禍)가 분명하다.

그런 정부와 정치권의 트릭(trick)을 애써 외면하고 즐겨온 소비자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책임을 누가 떠안겠다고 나서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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