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이달부터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석유전자상거래 용도의 수입 석유에 무관세가 적용된다.

리터당 16원에 달하는 석유수입부과금도 환급되고 수입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조치로 수입석유는 정유사 공급가격 대비 리터당 50~60원 정도의 가격인하가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값싼 석유가 수입되고 정유사와 경쟁해 내수 기름값이 내려가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수입석유가 갖게 되는 가격경쟁력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시장경제원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인 원유 보다 완제품인 석유 관세를 낮게 책정하는 국가가 어디 있는가?

자기 나라의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원자재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가공제품 관세를 높이는 ‘경사관세(傾斜關稅)’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OECD 대부분의 국가는 오히려 원유를 무관세 적용하는데 우리나라만 원유에 3%의 관세를 매기고 수입석유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석유수입부과금은 해외자원개발, 에너지 안보와 안전, 에너지빈곤층 해결 등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에특회계의 중요한 수입원인데 수입석유는 환급해주고 수입원유는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한다.

온실가스 저감 수단으로 아시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이오디젤도 수입석유에는 혼합 의무를 배제시켰다.

정유사가 생산하는 경유는 바이오디젤을 무조건 2% 혼합하도록 하면서 수입석유에 특혜를 주는 것인데 바이오디젤이 2% 섞일 경우 리터당 약 11원 정도의 가격인상요인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입석유는 그만큼의 가격경쟁력이 또 확보된다.

이번 조치는 정부 스스로가 행정의 원칙과 일관성을 내버린 격이나 마찬가지다.

경사관세를 비롯해 에특회계 운용의 취지,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의 당위성 모두 수입석유 활성화 정책 앞에 내팽겨졌으니 개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수입물량이 얼마나 될지 또 그로 인해 기름값이 얼마나 내려갈지 알 수도 없는데 수입석유 관세와 부과금에 예외를 두고 바이오디젤은 혼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결정은 길거리 장사치들이 마음 내키는데로 흥정하고 값 깎아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대규모 장치산업인 정유산업은 정부의 소비지정제주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며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시설고도화와 고품질 석유 생산 설비를 갖춰 왔다.

그 결과 생산 석유의 50% 이상을 수출하면서 올해 들어 국가 주력 수출품목중 금액 기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가 애써 투자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정제설비에서 생산된 수출 석유가 정부의 이번 조치로 석유수입사를 통해 재수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역내 국가중 우리나라에 석유를 수출할 만큼의 가격경쟁력이나 품질을 확보한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 수출한 석유가 각종 특혜를 등에 업고 역수입돼서 정책수혜 대상에서 소외된 정유사들과 경쟁하는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지 알 수 없다.

원칙이 무시되고 즉흥적이며 근시안적인 정책의 결과가 시장에 어떤 부작용을 낳고 석유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지 소비자들이 감시하고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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