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효 기자
“우리나라에 세계 시추기 판매 4위 기업이 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로부터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쉽게 믿기지 않았다.

자원개발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 시추기 제작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뉴스거리인데, 그 회사가 세계 4위 규모라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경 취재차 광주광역시에 있는 이 회사 앞을 찾아갔을 때만해도 그랬다. 분명히 본사인데 정문도 없고, 앞마당은 쌓아놓은 물건들로 주차공간도 없어 ‘제대로 찾아온게 맞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심은 안내자를 따라 공장을 견학하면서 점점 사라졌고, 사장 집무실을 보는 순간 어떻게 세계 4위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됐다.

이 회사는 공학도 출신인 사장의 집요함으로 1988년부터 꾸준히 시추기를 제작해오다 자원개발 붐이 일기 시작한 2006년부터 해외판매가 늘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급격히 성장했다.

본래 사무실이 있던 곳은 이제 ‘1공장’이 됐고 본사는 ‘5공장’에 세워졌다. 그 사이 연구소도 기기 전문과 IT 전문 2곳으로 늘었다. 안내자는 “2006년부터 매년 매출이 거의 2배씩 늘었고 대부분의 수익은 공장 확장과 R&D에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공장 견학이 끝나고 안내자가 사장 면담을 위해 기자를 집무실로 안내하는데 본사 건물이 아닌 다시 공장으로 이끌었다.

소음 가득한 공장 안에 있는 작고 허름한 콘테이너가 사장실이라고 소개했다.

사장은 지금도 컴퓨터로 직접 기기를 설계한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마다 곧장 담당 근로자들에게 달려가 ‘이렇게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고 거기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다시 설계에 반영한다고 한다.

일선 근로자와 사장 간의 소통과정에는 그 어떤 군더더기가 없다. 이것이 이 회사를 세계 4위로 올려 놓은 비법이었다. 회사의 이름은 한진디엔비, 사장은 광주 토박이 인석신씨다.

인 사장은 “우리 회사는 영업부가 없다. 우리 시추기가 바로 영업사원이다”라며 “판매량에서는 세계 메이저 회사보다 뒤떨어지지만 성능만큼은 세계 최고를 자부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인 사장에게 경영철학을 묻자 마치 입속에 담아 놨다는 듯 바로 얘기한다. “죽어도 R&D, 살아도 R&D”

에너지업계 많은 CEO들이 R&D를 강조하지만 쉽게 축소시키는 부분도 R&D다. 우리나라에서도 R&D로 세계 1위 기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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