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시장집중도는 의외로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산업분류별로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CR3)를 분석, 발표하고 있는데 2008년 기준 자동차 산업의 시장집중도는 90.5%에 달했다.

그만큼 국내 자동차사들의 독과점 고착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정유산업의 시장집중도는 81.8%로 자동차 산업 보다 낮았다. 시장집중도가 매우 높은데도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자동차 산업은 매우 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배경을 들여다 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수출 효자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전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이 제약 없이 국내 시장에 진입해 국내 완성차 제작사들과 자유로운 경쟁을 펼치는 모습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제작사는 지난해 총 453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지난 1월 10%를 넘어섰다.

반면 국내 석유산업에서 정유 4사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99%에 달하고 있다.

석유 수출입이 자유화되어 있지만 자동차산업과 달리 수입 석유의 시장점유율은 채 1%도 되지 않으니 폭리나 과점의 이미지가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시장의 착시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시장개방이 무척 잘되어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국내 제작사는 물론 외국 메이커들 조차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위험한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의 시장집중도가 워낙 강해 가격 결정권을 주도하고 있고 수입차제작사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자동차 판매가격을 우리나라에서 유독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반해 국내 석유산업은 수입 비중이 극히 미미해 시장개방이 제한적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제로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석유가 국내 시장에서 정유사와 견줄만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내수 경질유 시장에서 수입석유의 점유율은 7%대를 넘어섰다.

이후 정유사들은 내수 가격 결정방식을 수입 석유의 가격 기준이 되는 국제 석유 현물 가격에 연동시키며 시장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결과 수입석유가 발을 붙이지 못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석유 수입을 장려하겠다며 정부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파격적인 조치 즉 원유와 석유간 동일한 관세율을 책정하고 수입석유에 대한 비축의무 감축,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면제, 등록 기준 완화 등의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수년째 휘발유는 한방울도 수입되지 못하고 수입 경유나 등유의 시장점유율도 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총 516억 달러 어치의 석유를 수출했다. 국가 전체 수출액중 9%에 해당되고 정유사 전체 매출 중 50%가 넘는 금액이다.

수출 금액 기준으로 선박류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453억달러 수출 실적을 기록한 자동차도 크게 앞섰다.

국내 정유사들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산유국을 포함해 전 세계 60여개국에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고유가의 책임을 정유산업의 과점체제로 돌리고 있고 석유 유통단계를 압박해 기름값을 내리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유산업이 담합, 폭리를 취할 개연성이 있다면 공정한 감시와 제재로 바로 잡으면 된다.

불과 4개 정유사가 내수 시장의 99%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하게 부도덕하고 폭리를 취하는 기업으로 내몰며 고유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난을 면피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정유산업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고 수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내수 시장에서는 건전한 경쟁을 펼치도록 독려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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