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이달 15일 벌어진 대규모 정전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그간 예비전력량 수치를 속여 온 것이 드러났는데 오랜 관행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회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은 순환 정전 사태 당시 예비전력이 정부가 발표했던 24만kW와 달리 제로 상황이 수십분 간 이어졌다고 주장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온 나라가 일순간에 블랙아웃(blackout)되는 사태를 맞을 뻔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7% 수준에 달한다.

그만큼 에너지는 비싸고 귀하며 소비자들 역시 그 에너지를 비싸고 귀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런 사실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수요 관리의 절실함을 각인시켜주는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에너지 공급 관리 위주의 정책에만 안주하고 수요 관리에 허술한 모습을 보여 왔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 그 누구도 국민들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비싸고 귀하다는 본질을 이해시키고 절약을 비롯한 수요 관리를 독려하려는 노력 보다는 안정적이고 값싸게 공급하려는 인기영합성 정책에만 골몰해 왔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은 26조3750억원, 가스공사가 16조5000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들 부채중 상당 부분은 에너지 원가의 현실화를 이루지 못한데서 기인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전기요금은 원가의 86.1%에 불과하다.

전체 소비 전력의 60%에 육박하는 산업용 전력 요금은 주택용의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 역시 공급 원가 대비 89% 수준이다.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공기업들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귀하고 비싼 에너지를 흔하고 값싼 에너지로 오인하며 맘 놓고 사용하고 있다.

석유에너지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현 정부 들어 일관되게 추진되어 온 석유 관련 정책은 석유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켜 가격을 낮추는데 맞춰져 왔다.

심지어 외국산 휘발유 수입을 장려하기 위해 경사 관세 제도를 포기했고 환경 품질 기준까지 낮추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해 강창일 의원은 국감 자료에서 정유사와 주유소의 비용과 손익을 고려할 때 내릴 수 있는 기름값은 기껏해야 리터당 10~2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민간 기업을 압박해 얻을 수 있는 인하여력이 이 정도 수준인데 휘발유값을 내리겠다고 셀 수도 없는 석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하는데 행정력을 낭비해왔다.

정부가 수송연료에 고율의 유류세를 부과하는 가장 큰 논리는 소비절약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석유는 물론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원의 가격을 원가 변동 요인과 연동시켜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지 민간 정유사나 주유소를 압박해 기름값 인하를 종용하고 에너지공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도록 내모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달 25일 주최한 '에너지 가격과 수급 포럼‘에서는 정부의 왜곡된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저탄소 녹색성장를 국정기조를 내 걸고 있는데 오히려 온실가스가 급증하고 에너지 사용이 왜곡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자는 수요 관리를 외면하고 원가에 못미치는 에너지 가격을 정부가 고수하면서 국민들에게 물가 안정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지만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부담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15일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의 가능성을 이들 에너지 학자들은 미리 예견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에너지 가격은 시장원리에 맡기고 정부는 보다 강력하게 계획적인 수요관리 정책에 골몰하는 정책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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