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등유가격 내린다는데 왜 주유소는 가격을 안 내려요?”

4사 정유사의 등유 공급가 인하 발표 이후 주유소 사업자들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사실 질문이라기 보다는 질책에 가깝다고 주유소 사업자들은 말한다.

지난달 17일 각 정유사들은 난방용 등유를 리터당 50~60원 인하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고유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유소 사정은 다르다.

각 정유사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등유가격 인하를 밝힌 것은 지난달 17일.

각 정유사 폴을 달고 있는 주유소 사업자들에게는 이 내용이 16일 전달됐다.

정유사가 등유가격을 인하하는 것에 주유소도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가격의 적용 시기와 주유소의 물량 구입 시기에 대해 소비자가 알지 못 한다는 데 있다.

이미 1월말 대부분의 주유소는 정유사에서 월 말에 평소보다 많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종가 적용으로 등유를 구매했다.

또 당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주유소는 정유사에서 한정된 물량을 일시적으로 종가로 판매하는 미출분으로 재고를 채웠다.

일반적으로 주유소에서는 정유사로부터 물량을 구매할 때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 이상 판매할 수 있는 양을 확보한다.

보통 주유소 판매가격이 2주 이상 지나서 변동되는 이유도 이 탓이다.

한 번 구매한 물량을 소진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유사에서 제시한 할인가격이 주유소 판매가격에 적용되려면 최소 일주일은 지나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유소가 월말 종가나 미출분 등으로 재고를 충분히 마련해 둔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정유사의 50~60원 인하 방침이 현장에 전달되는데는 2~3주가 걸린다.

한 주유소 사업자는 “리터당 1184원에 잔뜩 매입해 1200원에 팔고 있는데, 정유사 발표처럼 50원을 내리라고 소비자들이 큰 소리치면 주유소 사업자들은 이 가격에서 32원을 손해보고 팔라는 것이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나 정유사가 정작 소비자 부담은 배려했지만 일선 소매 사업자인 주유소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는 점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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