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안명준 한국석유유통협회장]

▲ 안명준 한국석유유통협회장
- 공급자 증명제도 폐지시 유사석유 추적 더 어려워져 -

원유를 들여와 정제 과정을 통해 석유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정유사가 인체에서 심장 역할을 한다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주유소는 각 조직세포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석유제품을 원활하게 적재 적소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저장과 운송의 기능을 하는 석유대리점은 혈관으로 볼 수 있다.

정유사 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많은 석유 대리점들은 각 지역에서 탄탄한 자체 주유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에너지유통의 첨병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석유대리점들의 위상과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주유소 거리 제한 철폐 후 급속도로 늘어난 주유소로 인해 업계가 출혈 경쟁으로 흔들리고 있고, 정유사 역시 고유가 때의 수익 개선이 오래 가지 못하고 지난 해부터 다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대리점의 상위 공급자인 정유사가 흔들리고 판매처인 주유소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석유대리점들의 입지도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요 감소와 대체에너지원의 등장은 물론 최근 들어서는 석유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공급자 증명제도 폐지가 예고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석유대리점 사업자단체인 한국석유유통협회의 제8대 회장에 취임한 (주)안국에너지 안명준 회장을 통해 위기에 처한 석유대리점 업계의 당면과제와 생존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석유유통협회의 수장이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 초심을 잃지 않고 회원을 위한 협회를 만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회장으로 선임된 후 회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최근 정부의 소비자 가격 인하 압력에 따른 마진 감소로 유류 공급과 판매가 본업인 석유대리점의 영업 여건이 예전 같지 않고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의 주인인 회원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협회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이고 협회 회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회원사가 발전해야 협회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회원사의 발전을 위해 임기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최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에너지 산업의 진입 규제 완화를 위해 공급자 증명제도 폐지를 예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석유대리점의 난립이 우려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정부의 석유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석유대리점의 등록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2000년 이전 100곳에 못 미치던 석유대리점이 지난 해 554개로 약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공급자 증명제도와 상관없이 시장진입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 이미 석유대리점은 난립에 따른 포화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자 증명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석유대리점이 지금보다 큰폭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정부의 시장 구조으로 개선 작업의 결과로 오히려 영세한 석유대리점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정부가 석유유통시장 구조개선의 핵심 사업으로 진입 규제 완화와 수평거래 허용 등 새로운 참여자의 시장 진입을 늘리는 정책을 펼칠수록 2000년대 초 정부의 등록규제 완화로 석유 수입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에 진입한 영세 석유 대리점들은 경쟁에서 밀려 폐업하거나 불법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또한 현재 가장 우려되는 점은 현행 공급자 증명제도 폐지로 인해 시장의 신규참여자가 대거 늘어날 경우 불법 석유제품의 유통 흐름 파악이 더 어려워지고 유사석유 유통, 무자료 거래 같은 불법행위가 만연돼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석유대리점들의 손해는 더 커지고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석유 자료상이나 유사석유 유통이 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며 협회 차원의 대응책은 모색하고 있는지.

- 석유 수입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시장에 진입하고 전화기 한 대 놓고 석유 브로커 사업을 벌이는 영세 대리점이 절반이 넘는 실정이다.

여기에 석유 대리점간 경쟁은 더욱 가열되면서 도태될 위기에 처한 영세 석유대리점들은 마지막 선택으로 불법제품과 무자료 유통 같은 불법행위에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석유관리원 등 관계 기관들이 적극 나서 체계적인 사전 관리는 물론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단계적인 불법석유제품 유통근절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특히 석유유통과 조세질서를 문란케 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실천 방안과 관계 기관과의 합동단속 강화, 지속적인 제도개선 및 대국민홍보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것이다.

우리 협회는 불법석유제품 유통 및 거래를 시장에서 완전 추방하는 것을 올해의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등유를 탈색해 경유와 혼합한 유사경유가 늘어나고 저장시설이나 주유기에 유사휘발유 판매시스템을 부착하는 등 유사석유 유통수법이 날로 지능화, 대형화되고 있는 만큼 올해 협회의 모든 회원사가 참여하는 ‘불법석유 근절 실무위원회(가칭)’ 와 같은 테스크포스를 협회안에 설치 운영하고 법과 제도 개선, 단속, 홍보 등의 사업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 3차 에너지 세제개편과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석유의 경쟁연료인 CNG, LNG 등의 확대 보급이 점쳐지고 있고 LPG 연료의 공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세제개편과 관련해 석유업계의 지속성장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 난방유를 대신해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이 확산되면서 유류 소비 감소가 피부에 와 닿고 있다.

하지만 대체 연료의 시장 잠식에 대해 협회 회원사들이 명확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대리점 고유의 석유 판매사업을 지속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대체연료와 신 에너지 사업을 효율적으로 접목해 나가는 방식의 미래 수익창출 기반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대체에너지의 상용화에 맞춰 정유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에너지 분야와 석유대리점이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클린디젤 하이브리드 등의 사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법과 제도적인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석유유통협회는 주유소의 규제완화를 통해 사업다각화가 가능하도록 요구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지.

- 유류 판매량 감소와 마진 악화로 유류 사업의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석유대리점과 주유소들이 자진 휴폐업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영이 어려운 석유대리점들이 유사석유나 불법적인 석유 유통의 유혹에 빠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석유 가격 인하에만 초점을 맞춰 대형마트 주유소확대, 신규 사업자 진입규제 완화 등 시장 경쟁 위주의 방식을 도입하면서 대리점 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이 지속된다면 상당수의 석유대리점과 주유소가 문을 닫거나 전업을 하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를 경험하며 주유소 수가 정점 대비 30~40% 감소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유소 병설 유외사업 영위를 통해 주유소의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석유제품의 소비자 가격인하를 도모하는 한편 주유소의 경영난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휴 부지를 활용한 부대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

또한 외국의 사례처럼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석유대리점이나 주유소에 휴폐업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끝으로 회원사에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부의 석유유통 시장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맞는 효율적인 대비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한다.

특히 소비자 가격인하를 위해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는 정부 시책에 적절한 준비와 대비를 하며 시장질서와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는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고 새로운 영역에서 더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제반 비용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지속 성장을 위해 각 사업장의 노력과 함께 협회의 노력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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