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에너지 물가 안정 대책이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공정위는 LPG 가격 안정화의 일환으로 프로판 용기의 원정 판매 허용 방안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건의했는데 관련 사업자 단체인 LP가스판매협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프로판의 원정 판매가 허용되고 지역 경계를 넘어선 LPG 판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 시장을 지키려는 측과 빼앗으려는 측 사이의 출혈적인 가격 경쟁이 촉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LPG 판매사업자들은 자신들의 밥 그릇 때문에 현행 공급구역 제한제도를 고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당초 LPG 공급구역을 제한한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003년 액법을 개정해 LPG 용기 판매 사업자의 영업 범위를 사업 허가 받은 시·도 이내로 제한했다.

A시에서 허가받은 LPG 판매 사업자가 B시로 영업 범위를 넓히면 불법인 셈이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사업자의 영업 지역을 제한하게 된 배경은 사업자간 경쟁으로 LPG 가격이 낮춰질 수 있는 ‘가치’ 보다 가스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가치’가 더 컸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LP가스안전공급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요약하자면 소비자와 LPG 판매사업자가 단골 계약을 맺어 거래하고 판매 사업자는 소비자의 가스시설에 대해 안전을 책임지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판매사업자는 안전사고 발생시 소비자보장 책임보험에 가입해 사후적인 보상까지 책임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정위의 제안처럼 LPG 공급제한 제도가 폐지되고 원정 판매가 가능해 진다면 안전이라는 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프로판 원정 판매의 한계 때문에 소비처에 대한 안전관리는 자연스럽게 소홀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판을 원정 배달 판매할 경우 이동 거리 등을 감안하면 운송 물류비 부담이 더욱 커지는 자원 낭비도 불가피하다.

실용 정부 들어 서민 물가 안정이 최우선 정책 목표로 제시되면서 ‘경제 검찰’로 불리우는 공정위의 시장 개입이 커지고 있다.

경질유와 LPG에 대한 담합 조사에 이어 면세유 까지 초점을 맞춘 조사가 진행중이고 기름값 안정 효과 조차 검증되지 않은 미숙한 정책들을 무더기로 쏟아 내며 관련 정부 부처에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석유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석유대리점 진입 장벽이나 석유 수출입 등록 요건 완화 같은 조치를 유도하고 있는데 오히려 시장 질서가 왜곡되고 문란해질 수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유통 질서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반사적인 부작용은 아예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정위가 서민 물가 안정과 관련한 전시 행정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물가 안정에 유효한 수단이든 그렇지 않든 일단 그럴싸해 보이는 모든 정책들을 끄집어 내어 공론화시키고 있기 때문인데 정책의 효과는 물론 그로 인해 초래되는 부작용 까지 면밀하게 검토하는 신중함을 공정위에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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