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도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소비자 편의가 목적인데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적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다.

범 정부차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권장하는 가장 큰 배경중 하나는 세원의 투명화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금 결제와 달리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되는 경우 사업자의 매출액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고 그만큼 세금 탈루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현금 부담 없이 신용카드를 활용해 결제 기일을 늦출 수 있다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기와 가스, 건강보험, 연금 등 공공 성격이 강한 네가지 분야를 대상으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비춰지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신용카드 결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신용카드회사와 정부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신용카드 결제가 활성화될 수 록 정부는 손쉽게 세원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신용카드 업체들은 가만히 앉아 가맹점과 결제 수요를 늘려 수수료 수입 증대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주체들은 너무 많다.

이를 테면 주유소나 충전소 같은 에너지 소매 사업자들은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출액의 최대 1.5%를 가맹점 수수료로 지출해야 한다.

더구나 석유나 가스는 소비자 판매 가격중 많게는 50% 가까운 금액이 세금인데 이들 민간 사업자들은 세액 부분까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주유소 사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커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카드 결제를 의무화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에너지세제개편으로 2001년 이후 세금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화물차나 택시사업자 등 생계형 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인상 세액을 유가보조금 형태로 환급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당 환급 등의 부작용이 노출되면서 유가보조금카드 사용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는데 문제는 화물차나 택시사업자들에게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주유소나 충전소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는 대목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 편의의 결과로 석유판매사업자들은 매출액의 1.5%에 해당되는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게 된 셈이다.

그런 면에서 도시가스의 경우는 사업자들에게 더욱 심각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도시가스 요금의 결제는 지금도 자동이체, 지로, 인터넷뱅킹, 무통장입금 등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

더구나 일반 소매업소들과 달리 세액 탈루를 이유로 소비자가 납부하는 가스요금 매출을 숨기거나 누락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도시가스 요금중 원료비 즉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가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도시가스사가 취할 수 있는 마진의 폭은 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늘어나게 되면 도시가스사는 업종별 최저 카드 수수료율인 1.5%를 적용받게 된다고 해도 마진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도시가스요금은 지자체의 통제를 받고 있다.

카드 결제 활성화로 수수료 발생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도시가스사의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소비자들에 수수료 비용이 전가될 개연성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고 도시가스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 부담을 떠안게 되면 경영악화의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원하고 있다는 명분속에는 오히려 소비자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편리하고 다양한 결제 수단이 있는데도 굳이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겠다면 소비자나 관련 사업자 입장에서 보다 면밀한 손익계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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