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카드 사용 장려 정책을 넘어서 유가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카드 의무화 조치까지 취해지면서 관련 사업자들은 앉아서 매출의 1.5%를 카드 관련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특히 석유제품의 경우 소비자 가격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50~6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고율의 세금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석유 관련 사업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부당성에 주목한 국회 서병수 의원은 석유 판매 금액중 각종 세금까지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 관련 금액을 법인세 또는 소득세에서 세액 공제하는 방안을 조세특례제안법에서 제안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입법 전문가들조차 인정하고 있다.

서병수 의원이 제안한 법안을 심사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는 ‘예전에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하던 때에는 부과하지 않았던 비용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강제되고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담하게 하지 못하게 하면서 국가의 징세비용이 사업자의 납세협력비용으로 전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단순한 카드 사용 장려를 넘어서 아예 의무화 하는 조치로 발생하는 부담에 대해서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2001년 착수한 에너지세제개편의 결과로 LPG나 경유 등 수송연료의 세율이 인상됐고 이와 관련해 정부는 생계형 수송연료 사업자인 택시나 화물차 운전자들에 대해 인상된 유류 세금을 환급해주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가보조금 부당 환급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화물차와 택시사업자들에게 유류세금 환급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화물차나 택시사업자들의 상당수가 현금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대목인데 졸지에 카드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충전소나 주유소는 소비자가격의 1.5%에 해당되는 금액을 이른 바 카드 수수료 명목으로 카드사에 지급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충전사업자의 경우 택시 유가보조금 카드 의무화 조치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 안게 되는데 대한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결과 개인택시는 1.4%, 법인 택시는 1.2%로 인하된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화물차 유가 보조금 카드의 경우 여전히 1.5%의 카드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업계는 한해 최대 1100억원 정도의 카드수수료가 추가로 지불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과감하게 세수 지향적인 에너지세제개편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도 조세저항이 높은 직접세 대신 충전소나 주유소가 정부를 대신해 세금을 징수하고 소비자 불만을 떠안는 ‘간접세’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원의 투명성을 이유로 카드 사용을 장려화한 것이나 유류세금 인상의 결과로 택시나 화물차 운전자에게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의 부정을 방지하겠다며 별도의 전용카드를 만들고 의무화시킬 수 있었던 것 역시 충전소나 주유소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충전소나 주유소는 정부의 충실한 세금 징수 창구가 되는 것도 모자라 세제개편이나 유가보조금 카드 등 다양한 조세 행정의 시험 무대가 되고 있고 매출액의 1.5%에 해당되는 카드 수수료까지 스스로 부담하고 있으니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유가보조금 카드 의무화 조치에 반발하는 충전사업자들에게 1~3%의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며 생색을 내는 것도 올바른 대접이 아니다.

충전소에 비해 카드 관리 비용이 크게 소요된다는 이유로 유가보조금 카드 수수료율의 인하에 소극적인 것은 더더욱 비난을 살 만 하다.

충전소나 주유소처럼 정부의 조세 행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사업자들에게 정부의 행정 편의적 발상에서 출발한 정책과 그 부담을 일방적인 강요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