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실명이 공개된 주간 단위 석유판매가격이 5월부터 공개된다.

LPG 수입사들은 한달 평균 단위로 공개하게 된다.

기업의 영업기밀 보호와 소비자의 알권리 사이에서 충돌했던 정유사별 가격 공개 논란을 규제 일몰제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각 사의 실명이 공개된 체 평균적인 판매가격이 알려지게 됐다.

그런데 정유사별 주간 석유 판매가격이 실명이 공개되면서 기대되는 사회적 효용이라는 것이 과연 긍정적이기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적지 않다.

정유사별 판매가격이 공개되는 경우 소비자나 여론이 기대하는 것 처럼 최저가 정유사를 쫓아 하향 수렴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일종의 영업 기밀인 정유사별 석유 판매가격이 공개되는 경우 경쟁사끼리 굳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가격을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공급 가격 상향 수렴식의 담합을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공정위 조차 정유사들이 정기적으로 공장도 기준 가격을 공시하는 행위 자체가 가격 담합의 신호로 기능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실제 판매가격이 공개된다면 담합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정유사 공급가격의 상향수렴을 막겠다며 가격감시 TF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주유소의 경우는 더욱 불리하다.

정유사별 브랜드 로열티나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각종 고객만족기법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제 소비자들은 A정유사의 B주유소가 평균적으로 얼마 만큼의 유통 마진을 챙기는지 손 쉽게 계산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로 주유소의 경쟁이 촉진되고 소비자 가격이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휘발유의 경우 세금 비중이 60% 대에 달하고 그 세금에 대해서도 1.5%의 카드수수료율까지 부담하고 있는 주유소의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주유소의 마진이 많고 적음이 재단되고 나아가서는 폭리 여부가 판단되는 것은 억울할 수 있겠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상품 가격이 무조건 싼 것만을 장려하지는 않는다.

사업자가 경쟁자를 시장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이 공급받는 비용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인 이른 바 ‘부당염매’라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물론 주유소의 영업 마진이 공개된다고 부당염매에 해당될 만큼 주유소 사업자들이 위험한 게임에 나설 개연성은 높지 않겠지만 할인마트가 주유소를 병설 운영하는 등 영업 환경이 달라지고 셀프주유소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출혈적인 가격경쟁에 내몰릴 개연성은 크다.

최종 소비자도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유통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주유소 역시 정부가 건강한 사업 활동을 보장해야 하는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정유사로부터 제공받는 자금이나 각종 시설 지원, 판매량 등에 따라 거래 조건이 차별되는 것은 당연한데 정유사별 평균 판매가격이 공개되면 상대적으로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주유소들의 반발도 불가피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유사별 가격을 공개하고 주유소 소비자 가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게 되면 기름값이 내려가고 석유유통이 투명해질 것이라는 정부의 단세포적인 결정으로 정부가 보호해야 할 또 따른 대상인 석유사업자들이 어려워지고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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