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관련 세금 인하와 관련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때 마다 등장하는 논점중 하나가 하나가 유통사업자들의 이른 바 ‘가로채기’ 논란이다.

세금을 낮춰져 봤자 유통사업자들이 흡수하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인데 참으로 세련되지 못한 주장인 것 같다.

에너지는 일반적인 공산품과 달리 정액(正額) 상품이 아니다.

원가 변동 요인이 크고 사업자의 영업정책이나 의도에 따라 수시로 가격이 변경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정액의 세금을 인하하는 것이 정확하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고 그 효과가 일정기간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를 관찰하고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 1월 국회 이용섭 의원은 서민연료인 프로판 관련 세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와 관련해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가 최근 제출됐는데 유통사업자에 대한 불신의 흔적이 여전히 묻어 있다.

이용섭 의원은 현재 ㎏당 20원이 부과되고 있는 프로판 개별소비세를 포함해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세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검토보고서는 여러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유통사업자들의 가로채기 우려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세수 감소분이 유통과정에서 흡수돼 당초 의도한 프로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이런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유가의 영향으로 등유를 비롯해 석유에너지 관련 세금 인하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커질 때 마다 정부는 그 불가함을 설명하는 논리중 하나로 유통사업자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왔다.

세금 인하 효과가 유통과정에서 흡수돼 소비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 갈 수 없다는 것인데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며 에너지 서비스 유통에 기여하는 사업자들을 정부가 믿지 못하겠다고 공표하고 부도덕한 업자로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여론에 밀려 석유 세금을 인하할 때 마다 정부는 석유유통사업자들에게 소비자 가격에 정확하게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고 감시하는 장치까지 동원해 왔다.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도 석유 세금 인하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유통사업자들의 ‘가로채기’가 동원되고 있다.

이용섭 의원이 제안한 프로판 세금 면제에 대한 또 다른 부정적 견해는 등유와의 형평성 문제다.

그렇다면 등유세금도 내리면 된다.

프로판과 등유 같은 서민용 연료는 정부의 도시가스 인프라가 지원되지 않는 대체적으로 영세한 지역의 가구에서 취사 난방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령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가 있더라도 세금을 면제하고 그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긍정적 발상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통사업자들까지 들먹이고 타 연료와의 형평성을 지적하며 세금 인하의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정부 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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