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화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민간 기업의 원가를 분석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13일 ‘제14차 민생안정 차관회의’를 열었는데 이중 눈에 띄는 대목은 소비자단체에 의한 물가 감시 방안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차관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달 중 국내 대표적인 소비자 모임인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기업원가분석팀을 구성하고 수입원자재 비중이 큰 생활필수품과 독과점적 산업구조 영향을 받는 품목에 대한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협의회는 상임 공인회계사 등을 고용해 주요 생필품에 대한 원가를 분석하고 적정한 마진을 산정하는 작업을 벌이는데 적정 마진 수위를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업체들을 소집해 간담회 등을 열어 가격인하 협조를 당부하고 호응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 공동 대응에 나서게 된다.

공동대응이라는 것은 불매 운동을 포함한 소비자단체의 다양한 실력행사를 이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단체가 민간 기업의 제조원가와 적정 마진에 왜 개입하게 됐는지에 대한 정부측의 설명은 의외로 간단 명료하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원가나 마진을 분석하고 개입하는 것은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소비자 자율의 시민운동 형태로 특정 단체에서 기업원가분석팀까지 꾸려 가며 원가와 마진을 분석하고 견제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모양새가 더 오해를 살만해 보인다.

기업의 폭리나 담합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정부의 행정력이 지금도 없는 것이 아니다.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기업의 부당하고 공정하지 못한 활동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보호하는데 있다.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는 물론 이른 바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정부 기관에서는 직간접적으로 소비자 물가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과 권한이 있다.

이번 차관회의에서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국세청, 관세청 등의 부처가 ‘가격모니터링 T/F'를 구성하고 월 2회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하락분이 국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가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소비자단체까지 개입해 기업 원가와 마진을 관리 감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 물가가 안정되고 지출이 줄어드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과연 어떻게 정확한 원가를 산출하고 마진의 적정성 여부를 알아낼 것인지가 몹시 우려스럽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업 마진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정한 것인가가 또 다른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기업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을 살 수도 있다.

석유나 LPG 같은 에너지 상품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가격과 유통이 자유화된 시장에서 정부가 가격과 유통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민단체의 힘까지 빌려 민간기업의 경영에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오해는 정부 스스로가 시장 경제 질서를 무시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