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고속도로 주유소 사업자 단체에게 ‘담합’ 결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고속도로휴게시설협의회는 2006년 8월부터 지난 해 10월까지 회원 주유소 사업자들의 유류 판매가격 하한 기준을 설정하고 준수하도록 요구했다.

사업자단체가 회원사들의 ‘담합’을 유도한 것으로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 보면 억울한 만 하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 가격은 일반 주유소에 비해 상당히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고속도로 진입 차량에게 주유 공간은 고속도로 주유소로 제한되어 있던 까닭에 일반 주유소에 비해 비싼 기름 가격에도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크게 제약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바로 그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수단이 이번 ‘담합’ 결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는 석유공사가 모니터링하는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0.3% 이내에서 기름 가격을 결정하도록 일종의 산식을 결정한 것인데 그 과정에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관리 주체로 공기업인 도로공사도 개입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바로 ‘담합’을 공동 모의한 셈이다.

하지만 도로공사나 고속도로 주유소 사업자들이 담합 모의 배경에는 ‘공익(公益)’이 전제되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전국 주유소 중 최상위권의 기름 가격을 책정하던 고속도로 주유소들이 전국 평균 수준으로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결정한 것은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기름 가격을 낮추면서 고속도로 진출입 인근의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었을 정도 였으니 이번 담합 결정에 고속도로 주유소들은 억울할 수 있겠다.

배경이야 어떠하든 공동의 모의를 통해 기름 판매 가격을 결정하고 유지시킨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명백하게 ‘부당한 공동 행위의 금지’에 속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고속도로주유소의 사업자 단체에서 가격 상하한선을 결정하지 않았으면 더 큰 기름 가격 인하 효과가 가능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공정위의 설명 역시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고속도로주유소 사업자 단체에게 내려진 담합 결정은 법 논리상으로는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기름값을 공동으로 낮추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만큼 담합으로 발생하는 폐해 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컸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 속 사정도 모른 체 소비자들은 고속도로 주유소들이 담합해서 폭리를 취했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으니 억울할 만 하다.

이번 담합 결정으로 고속도로주유소 사업자 단체에서 마련한 기름값 상하한 기준이 적용받지 않게 됐으니 그 효과로 기름값이 더 오를 수도 있겠다.

소비자들에게 이번 담합 판결이 유리하게 작용할 지 여부는 그래서 알 수 없게 됐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