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석유 판매 가격을 사별로 공개하자는 여론에 주유소 업계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언론에 노출된 주유소협회의 공식 의견에 따르면 ‘정유사별 가격이 공개돼서 주유소를 비롯한 여러 수요처에서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게 되면 가격인하 경쟁이 붙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 과실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주유소협회나 회원사들이 희망하는 것이라면 소비자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비자나 언론은 주유소 사업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정유사의 석유 가격 인하 효과가 주유소 단계에서 반감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나 소비자들의 불만이 그렇다.

사실 고점을 찍은 국제유가가 완연한 하향세로 접어 들면서 요즘 주유소 사업자들의 마진 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황에서는 적절한 재고 관리와 함께 소비자 판매 가격의 인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주유소 영업마진을 개선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유사별로 주 단위의 석유 공급 가격이 공개되면 석유 사업자들간의 유통 마진은 지금보다 더욱 간단한 셈으로 추정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압박에 노출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유소 마진에 대한 개입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7, 8월 석유공사가 조사한 정유사와 주유소의 주간 단위 판매가격에 따르면 주유소의 유통 마진은 리터당 2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인건비나 카드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무시하고 주유소의 판매 가격 대비 마진율이 10%가 넘는다고 생각할 게 뻔하다.

국제유가의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이 정유사를 거쳐 주유소에 반영되는 시차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사후 정산 관행으로 주 단위로 공개되는 정유사 공급 가격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 주유소의 유통마진을 정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데이터에서 마진 변동의 트랜드는 비교적 정확하게 걸러낼 수 있어 보이는데 정유사별 판매 가격까지 공개되면 석유 유통 마진은 소비자 손 바닥 안에 있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정유사나 주유소간 담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주유소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에 의한 정당한 댓가를 거두는 것을 희망한다면 석유 사업자들간의 영업 기밀에 해당될 수도 있는 마진 구조까지 여과 없이 노출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굳이 나서서 환영 의사까지 표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불화와 갈등은 깊어만 가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비난과 반목은 서로에게 상처만 된다.

정유사간 경쟁을 유도하자고 제안된 할인마트 주유소는 오히려 주유소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가 같은 길을 걷기 힘들다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면 그 사이는 더욱 멀어지고 서로에게 되돌아올 때의 수고와 댓가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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