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석유 선입금 사고가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말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모 석유대리점의 금융사고 소식이 들리더니 최근에는 대구 지역 석유대리점의 부도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석유대리점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의 유형은 대부분 선입금에서 출발한다.

‘선입금’이란 표현 그대로 대금을 미리 지불하고 기름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된 거래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흔치 않은 것이 세상사다.

거래 금액이 큰 석유유통시장에서 선입금 거래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리스크를 안고서도 거래에 나서는 이유는 남들보다 싸게 기름을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도된 선입금 사고는 경쟁력 있는 석유가격을 미끼로 주유소 사업자들과 상당 기간 동안 신용을 쌓아 오며 거래 단위를 키우다 일순간 터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피해 금액은 커지게 된다.

때로는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석유제품을 공급받기도 한다.

거래 가격이 비정상적인 만큼 그 어디엔가 하자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그 책임은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있다.

선입금 거래를 선택한 책임이 바로 그것이다.

석유수입사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증가하던 2000년대 초반 석유유통업계는 선입금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정유사로 제한되어 있던 석유 공급자 시장에 수많은 석유수입사들이 등장했고 그 밑으로 셀 수 없는 현물대리점들이 난립하면서 선입금 거래 같은 이른바 ‘돈놓고 돈먹기식’ 거래가 횡행했다.

주유소 운영자라면 누구나 경쟁자 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기름을 공급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입금 거래는 기본적으로 이른 바 ‘먹튀’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돈놓고 돈먹기식의 거래는 정상적인 사업의 형태가 아니다.

도박이다.

끊이지 않는 선입금 사고로 한때 홍역을 앓았던 주유소 업계에 도박성의 석유 거래가 여전하다는 소식을 접할 때 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떠올린다.

지나친 욕심은 욕심이 모자란 것과 같다.

중용(中庸)적인 거래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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