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표준원과 소비자시민모임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12개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충격적이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대표적인 가전제품에 대한 성능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작 에너지 소비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10%도 되지 않았다.

해당 가전 제품이 얼마만큼의 에너지 소비량을 기록하는가도 소비자들이 눈여겨 봐야 할 중요한 성능중 하나인데 소비자들은 이 대목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가전제품의 에너지 고효율화를 위해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제도나 소비효율등급 제도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에게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도록 유도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그런데도 정작 소비자들은 에너지소비량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최소한 이번 조사의 결과는 그렇다.

냉장고가 성애와 소음없이 확실한 냉장 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가는 부가적인 기능이다.

소비자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가전 생산업체들은 전력 소비의 많고 적음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눈에 보이는 성능 개선에만 힘쓰면 될 뿐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기본적인 성능에 더해 전력 소비량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전 제품의 전력 소비량을 줄이도록 가전제품에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이고 그 권리 행사의 수단은 제품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가전제품이 갖는 고유의 기능에 더해 전력 소비량에 관심을 기울이고 중요한 제품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것이 소비자 권리를 행사하는 수단이라는 뜻이다.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기름값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전제품의 소비 행태나 제품 선택 과정에서는 에너지 비용에 대한 고려가 크게 부족해 보인다.

기표원의 이번 조사 결과를 접하면서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정말로 고유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고효율 기자재 생산을 유도하고 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을 장려하는 정책을 정부가 아무리 강조하고 홍보해도 소비자들이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에너지소비량에 관심을 갖는 것이 곧 소비자의 권리이고 고유가를 빗겨 가는 중요한 수단일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 스스로가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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