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유류세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서민 물가 안정 수단으로 유류세 인하 방안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심지어 취임 이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굳이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가며 유류세 10% 인하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더라도 해결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법정 세율의 30%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는 탄력세율을 활용하는 방안이 그것인데 휘발유 같은 수송 연료에 대해서는 재경부의 결심만 서면 지금이라도 관련 법 시행령만 고쳐서 세금을 내릴 수가 있다.

물론 이 방안에 대해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천명하기는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오는 2월 24까지로 두달이 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기다림의 문제일 뿐 유류세 인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멀지 않아 실현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류세가 내리게 되면 서민 물가 부담이 줄어 들고 그만큼 석유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석유업계로서는 반가운 일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정 반대다.

벌써부터 유류세 인하 그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1리터에 1600원대 수준인데 이중 60% 수준인 유류 관련세를 10% 내리더라도 소비자가 실제 절감할 수 있는 유류비는 70원대에 불과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불대를 위협하고 있고 특히 모든 전문가들이 지난해 보다 더 높은 유가를 예측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 원가 즉 원유 도입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유류세 인하 효과는 금새 묻혀 버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포기하고 서민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노력을 보인 만큼 정유 업계 역시 소비자들에 대한 일종의 ‘성의’는 표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유사가 생산하는 휘발유의 세전 공장도 가격은 1리터에 600원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얼마나 깎아 주고 소비자 부담을 줄여 줄 수 있겠는가?

정유사 스스로가 원가 상승 요인을 끌어 안고 기름 출고 가격을 깎는 행위 자체도 지극히 반 시장적인 행위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스스로의 정상적인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주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유류세 인하 효과가 주유소 단계에서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석유유통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유쾌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영업 주유소수는 사상 최대인 1만2000곳을 훌쩍 넘어 섰고 주유소의 매출액 이익률이 6%에도 미치지 못하는 레드 오션의 시장 상황에서 폭리의 근원지로 주유소가 꼽히고 있고 심지어 정부가 애써 단행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주유소 사업자들이 먹어 치워 버릴 것이라는 시장의 ‘상상’은 호사가들의 입을 거치면서 사실처럼 굳어 지고 있다.

온 국민이 바라는 유류세 인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석유업계의 걱정은 오히려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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