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대응 방안에 고유가 대응방안이 없다
고유가 대응 방안에 고유가 대응방안이 없다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7.11.14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불대를 위협하고 있는 순간, 정부는 고유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재정경제부와 농림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기획예산처 등이 총 망라돼 고유가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도대체 알맹이가 없다.

일단 유류세 인하 대목이 그렇다.

서민 난방유인 등유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는 이미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인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번 고유가 대응 방안의 핵심으로 소개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당초 인하 목표보다 리터당 27원의 세금을 동절기 한시적으로 추가 인하하겠다는 대목이 인상적일 뿐이다.

하지만 정부가 선심을 써가며 추가 인하해도 등유에 부과되는 특소세는 리터당 63원으로 올 초 국회 조정식 의원이 주도해 등유 특소세를 현재의 리터당 134원에서 35원으로 낮추자는 법률 개정안과 비교하면 오히려 높은 수준이어 그렇게 생색낼 것만도 아니다.

이번 대책에는 화물운전자 등 영세 사업자들이 사용하는 경유나 휘발유 같은 수송용 연료의 세율 인하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 석유산업 자율화 10여년 간 석유유통개선 손 놓았었나?

석유유통구조 개선이 고유가 대응방안에 포함된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부 통제아래 있던 석유산업이 자율화 된 것이 지난 1997년의 일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격과 유통을 관리하던 방식을 시장 자율에 맡기고 감독자의 역할로 전환한 것이 이미 10여년 전의 일인데 그 오랜 세월동안 정부는 석유유통을 어떻게 방치했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불대를 위협하는 이 순간 그 구조를 투명화하고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선언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석유산업이 자율화 되고 시장 기능에 맡겨진 이후 정부는 석유유통구조 개선 또는 석유산업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수많은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몇몇 연구 성과물로 표준 포스와 유류구매전용카드 등이 추진됐지만 예산만 낭비한 체 용도 폐기된 상태다.

산자부는 올해 또 다시 정부와 업계, 연구계,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테스크포스까지 구성해 가며 석유유통구조 개선 연구 용역을 진행중인데 과연 제도를 개선해서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묘책이 제시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정부는 이번 고유가 대책에서 주유소 판매 가격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는데 개인 사업자의 정보 공개와 관련한 위법 개연성이 있는데다 기름 판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정부가 주장해온 석유유통 투명성 확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석유가격의 적정성 역시 그동안 적지 않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

내수 석유가격과 원유 가격간의 비대칭성을 연구한 결과 원가 변동에 충실하다는 결론을 얻기도 했던 정부지만 이제는 스스로가 그런 연구 결과를 뒤집고 정유사의 폭리와 담합, 유통시장의 왜곡 가능성을 지적하며 고유가 해법으로 유통구조 개선을 내걸고 있으니 정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뢰할 수 없을 지경이다.

▲ 불법 유통 판치는 면세유는 공급량 늘린다

면세유 공급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특히 이해할 수 없다.

면세유 불법 유통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감사원까지 나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정부는 농어민에 대한 연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실수요량을 고려한 충분한 물량을 면세유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주유소협회가 농림부 자료 등을 분석해 산정한 면세유 세금 탈루액이 한해 4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면세유 유통만 투명화해도 휘발유나 경유 세금을 낮출 수 있는 상당한 대체 세원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정부는 ‘면세유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오히려 면세유 배정 물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근해 선박의 수를 줄여 유류 소비를 절감하겠다거나 또는 셀프주유소를 활성화하겠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정부가 과연 현실 감각이 있는 것인지 조차 의심스럽다.

특히 셀프주유소 문제는 재경부 스스로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주유소간 서비스, 가격 등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셀프를 통한 가격경쟁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고 소비자가 차에서 내려 직접 주유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들어 활성화되기가 힘들다고 결론내리고 있는데 고유가 대응방안에는 버젓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이번 고유가 대응방안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1조1000억원 규모로 수송용 연료를 포함한 전체 유류세를 10% 내렸을 경우의 세수 감소액인 1조9000억원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장황하게 40여쪽이 넘는 분량의 해설 자료를 동원해가며 고유가 대응방안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많은 해설 중에 알맹이가 없고 정부의 면피성 해명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이 무척 크다.

국민들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을 대신해 해법을 모색하려고 노력하는 정부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