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시장에 대한 행정력의 개입이 지나치다.

소비자 비용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향성이 옳지 않아 보인다.

산자부는 내년 1분기 이후 전국 모든 주유소의 판매 가격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인터넷 등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유소가 신용카드를 결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름 단가 정보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인데 그 기대 효과로 주유소업계의 가격 경쟁 유도와 기름 가격 인하를 꼽고 있다.

산자부가 구축하게 될 시스템에서는 소비자가 희망하는 다양한 조건에 맞춘 기름값 정보를 전달하게 되는데 고유가 상황에서 최고의 제품 선택 가치가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름 값이 싼 주유소에 시선이 몰릴 것은 분명하다.

기름가격이 공개되는 것 만으로도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할 소매 부문까지 정부가 직접 개입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다.

최저 가격만 지향하다가 정부가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를 홍보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굳이 산자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모 민간 회사가 주유소 가격 모니터링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기름을 비롯한 주요 생필품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방 공기업을 통해 직접 주유소와 충전소를 운영하겠다고 시도하고 있다.

안산시 산하 지방 공기업인 안산도시개발은 공공 부지를 이용해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경기도 산하 (주)경기개발공사에서는 평택시에 주유소와 충전소를 운영하는 고속도로휴게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격 견제에 더해 아예 기름 장사까지 나서겠다는 것인데 그래서 관내 주유소와 충전소의 기름가격이 내려 가고 소비자 효용이 커진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주유소나 충전소는 손가락만 빨게 생겼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간 사업자와 공익 추구가 존재 이유인 공기업들이 똑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자유 시장 경제를 왜곡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행정력이 기름 시장에 개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유가를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크다. 그런 의도라면 국제 곡물가격 상승 영향을 받고 있는 밀가루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생산 공장을 차리고 시장 경쟁을 주도하면 칭찬받을 만 하다.

담합 개연성이 높은 교복 시장에는 정부가 아예 유통 사업에 진출하고 소비자 가격을 모니터링해 경쟁을 촉발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올바른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 효용을 높이려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시장에 일일이 개입하고 간섭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은 정부의 진정성이다.

유류세를 내려 소비자들의 기름 값 부담을 줄이고 그래서 세금이 빈 자리는 각종 탈세를 차단하고 추가 세원을 발굴해 채우려는 실천적 의지와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고유가 불만에 정부는 ‘유류세를 내려도 유통단계에서 흡수돼 실질적인 인하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석유사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민간 기업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소매 시장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얼마나 낮아지겠는가?

시장은 시장 원리가 작동되도록 놔두면 된다.

시장 원리에 반 시장 원리가 끼어 들면 담합이나 폭리 등을 감시,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정부 조직이 나서면 된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정부는 정말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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